유일한 베이커리 유일한 셰프 열정으로 빚어 정성으로 완성한 빵 유일한 셰프가 하나의 빵을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오랜 시간과 정성. 그는 시간을 들여 천천히 정석대로 하면 누구나 제대로 된 빵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이것이 유일한 셰프의 신념이자 원칙이다. 항시 머릿속으로 빵을 생각하고 손으로는 반죽을 만지며 눈으로는 책과 레시피를 읽는 천생 제빵사. 그에게 빵은 삶이고 인생이다. 취재·글 박소라 사진 이재희 빵 만드는 것이 좋은 남자 “전 빵을 먹는 것보다 만드는 것이 좋아요” 유일한 셰프가 제빵사란 직업을 선택한 이유다. 이북 출신인 어머니 옆에서 밀가루 반죽을 찰흙처럼 만지고 놀던 어린아이는 커서도 밀가루를 만질 수 있는 일을 찾았다. 셰프들 사이에서 쌀빵 전문가로 유명한 그가 제과업계에 입문한 사연은 이토록 단순했다. 유일한 셰프는 한국제과학교 출신이다. 그는 1993년 제빵사가 되기로 결심한 후 빵집보다 먼저 빵을 배울 수 있는 교육기관에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그때 제과학교의 정식 명칭은 한국제과고등기술학교. 지금의 전문학교가 아닌 고등학교의 개념이라 입학시험을 치러야 했고 수업방식도 고등학교와 비슷했다. 학창시절에는 공부에 뜻이 없었던 그였지만 제과학교를 다닐 때만큼은 달랐다. 제빵에 관한 이론과 원리가 담긴 『제과제빵 재료과학』, 『제과제빵이론』과 같은 책들이 그의 흥미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빵을 배우고 만드는 것 자체가 즐거워 매일 같이 밤을 새웠다. 덕분에 그는 제과학교를 2등으로 졸업할 수 있었다. 유일한 셰프의 제빵 인생에 진짜 막이 오른 것은 군대를 제대하고 나서다. 1996년 군대 입대 전까지 주재근 베이커리, 연세대학교 알랭관 제과 파트 등 몇 군데의 직장을 거치긴 했지만 그 시간들은 리허설에 불과했다. 제대 후 첫 직장은 서정웅 명장이 운영하는 코른베르그. 현장에서 처음부터 차근차근 기술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일부러 규모가 크고 체계가 잡혀 있는 빵집을 선택했단다. 그 시절에는 코른베르그뿐 아니라 모든 빵집의 하루가 바삐 돌아갔다. 밤을 새 가며 일하는 날들이 허다했고 쉬는 날은 한 달에 몇 번이 고작이었다. 당시 코른베르그의 책임자였던 선남규 셰프와 그를 포함한 모든 직원들은 서정웅 명장 아래 서로 밀고 끌며 기술을 키웠다. 그렇게 눈코 뜰 새 없이 3년이 흘렀다. 그는 선남규 셰프(현 효모이야기 오너셰프)와 유독 인연이 깊다. 코른베르그부터 다음 직장인 주재근 베이커리까지 약 7년을 함께 일했으며, 훗날 그가 햇쌀마루에서 책임자로 일할 당시 우연하게도 선남규 셰프는 이성당 책임자로 근무 중이었다. 그를 제과기능장의 길로 이끈 것도 선남규 셰프다. 지금까지도 선남규 셰프는 ‘사부’이자 ‘형’의 입장에서 그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주재근 베이커리는 빵나무나 독일빵집처럼 체인점 형태로 운영되는 빵집이었다. 홍제점에서 3년, 방화동에서 3년, 본사에서 2년. 그는 주재근 베이커리에서 햇수로 9년이란 시간을 보냈다. 9년은 한 사람의 제빵사를 번듯한 기술자로 성장시키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중간 기술자였던 그가 부책임자로 입사해 제과기능장을 취득하고 책임자가 되기까지, 제빵사가 거치는 일련의 과정과 성과들을 그곳에서 이뤄냈다. 이는 그후 햇쌀마루에서 쌀빵을 연구하고 유일한 베이커리를 오픈하는 데 좋은 밑거름이 됐다. 차원이 다른 쌀빵 유일한 셰프의 무기는 다름 아닌 쌀빵. 그도 그럴 것이 그는 햇쌀마루에 입사한 2010년부터 쌀빵을 연구하고 만들어왔다. 햇쌀마루에는 밀가루로 만든 제품이 없다. 이를테면 쌀빵 안테나 숍. 타르트, 페이스트리도 쌀가루로 만든다. 지금이야 쌀빵의 대가가 되었다지만 처음 햇쌀마루에서 일할 때만 해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밀과 쌀은 완전히 다른 곡물인데 쌀빵은 쌀가루에 밀가루 제법을 접목시키는 거잖아요. 쌀가루에는 가스를 포집하는 글루텐이 없어서 빵의 형태를 만들기가 불가능하죠. 레시피를 전부 바꿀 수밖에 없어요. 예를 들어 쌀가루 반죽은 30분만 지나도 과발효되거든요. 그 안에 재빠르게 성형을 해야 하니까 반죽온도를 22℃ 정도로 낮게 해서 발효를 억제시켜요. 게다가 펀치주기도 힘들고 결착력도 없어 발효를 많이 하면 글루텐이 녹아버려요. 1차 발효 없이 휴지시킨 다음 바로 분할, 성형해서 2차 발효시키는 게 좋죠” 쌀빵 제법에 적응하는 데 걸린 시간만 대략 6개월. 맛과 비주얼을 고려해 응용을 하기까지는 1년이 더 걸렸다. 햇쌀마루에서 근무하는 동안 그는 업장의 쌀 레시피를 90% 이상 평준화했다. 또한 때때로 한 달에 한두 번씩 군산 이성당으로 파견근무를 나가 쌀빵 세미나의 실연을 맡고 직원수 10명 이상의 빵집들을 대상으로 쌀빵 레시피를 전수하기도 했다. 일례로 부산 지역 파견 당시 궁전제과, 겐츠, 루반도르, 파밀리아, 이덕수 과자점 등을 방문했다고 한다. 햇쌀마루에서 배운 쌀빵은 지난 2016년에 오픈한 그의 빵집, 유일한 베이커리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1월부터 대두식품 측의 권유로 쌀빵 세미나를 다시 시작했는데, 심혈을 기울여 만든 제품들이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쉬워 얼마 전부터는 본격적으로 판매를 개시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흑미 앙버터’다. 흑미로 만든 빵 사이에 팥앙금과 버터를 샌드한 이 제품은 쫄깃하고 구수한 흑미 반죽과 팥앙금의 조화가 훌륭해 단골손님들의 호평이 자자하다. 국내에 있는 거의 모든 앙버터를 먹어보았다는 앙버터 마니아 손님에게도 인정받았다고. 이를 비롯해 유일한 베이커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쌀빵은 국내산 쌀가루 100%로 만든 쌀빵, 오렌지 쌀 캉파뉴, 카스텔라, 시폰까지 5종이다. 그는 쌀빵이 하면 할수록 어렵다고 했다. 안정성이 일반 빵에 비해 현저히 낮은 탓이다. 때문에 지금도 세미나 시기가 되면 밤 11시까지 제품 개발에 몰두한다. 쌀빵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셰프는 최근 쌀가루에 밀가루를 블렌딩하는 방법을 도입하고 있다. 시중에 유통되는 제빵용 쌀가루에는 글루텐이 첨가되어 있는데 이럴 바에는 차라리 쌀가루의 양을 조금 줄이고 밀가루로 대체해, 쌀가루의 단점을 보완한다는 것이다. 일종의 발상의 전환. 이때 밀가루는 최대한 영양성분이 살아있는 좋은 밀가루를 사용한다. 현재 유일한 베이커리의 쌀빵들은 수수 쌀가루, 보리 쌀가루 등 대두식품의 쌀가루 제품에 호밀가루 혹은 통밀가루를 10%씩 섞어 만들고 있다. “쌀빵은 특유의 식감과 질감이 있어요. 쌀가루와 밀가루를 함께 사용하면 아마 두 곡물의 장점을 빵에 고루 구현할 수 있을 거예요. 예를 들어 쫄깃쫄깃한 식감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거죠. 한국인이 선호하는 식감인 만큼 앞으로 많은 업장에서 매출을 증진시키는 아이템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쌀빵이 대중화되면서 이미 진열대에 ‘쌀빵 존’이 따로 마련된 빵집들을 종종 만나볼 수 있게 됐다. 그는 이러한 쌀빵 존을 더욱 확대하고 싶다. 배움은 끝이 없다 유일한 셰프는 그동안 많은 대형 빵집을 경험했고 오랜 책임자 생활을 거쳤다. 뿐만 아니라 오래 전부터 쌀빵을 연구해온 전문가로서, 전국 각지에서 쌀빵 세미나를 진행하며 많은 기술자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해왔다. 하지만 그는 항상 스스로에게 부족함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때문에 예전부터 배움에 대해서만큼은 거리낌이 없었다.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서라면 상대나 장소에 상관없이 클래스를 수강하곤 했다. 한 예로 햇쌀마루에서 일할 무렵은 폴앤폴리나, 아티장 베이커스, 퍼블리크, 뺑드빱바 등 국내에 프랑스 빵집들이 생겨나던 때였는데, 그는 당시 개념조차 제대로 잡혀 있지 않았던 프랑스 식사빵과 천연발효종에 대해 배우기 위해 해당 빵집들을 직접 찾아 클래스를 요청했단다. 뺑드빱바에서는 근무를 마친 새벽 시간을 이용해 이호영 셰프에게 개인 레슨을 받았을 정도다. “그전까지는 개량제를 많이 썼어요. 그런데 새로 생긴 빵집들은 모두 천연발효종을 사용하더라고요. 식사빵도 그래요. 사실 코른베르그에 있을 때도 외국 셰프들이 세미나를 통해 호밀빵, 치아바타 같은 빵들을 선보였어요. 그런데 그땐 오히려 손님들에게 외면 받았죠. 시간이 지나 그런 빵들이 재조명을 받기 시작하니 이젠 손님들이 먼저 찾아요. 트렌드는 계속 변하고 그럴 때마다 잘 모르는 부분이 생기니까 늘 배우고 공부하는 것뿐이에요” 궁금한 것은 못 찾는 호기심 많은 성격 또한 그를 배움의 길로 이끈다. 항시 책을 보며 공부를 하기 때문에 최근에 출간된 제과제빵 관련 책 리스트 정도는 줄줄이 꿰고 있다. 심지어 비앤씨월드에서 출간되는 책은 초판으로 거의 소장하고 있단다. 유일한 베이커리의 제품들은 셰프의 이런 열과 성이 모이고 쌓여 이뤄진 결과물들이다. 그는 매장을 처음 오픈할 때도 메뉴에 가장 많은 신경을 쏟았다. 저온 숙성시킨 반죽을 저장하기 위해 작업장에 냉동고 2대를 마련해 놓은 것은 물론, 모든 제품들은 최소 이틀에서 사흘에 걸쳐 완성했다. 이렇다 보니 가짓수를 무리해서 많이 준비하지 않는다. 캉파뉴, 호밀빵, 치아바타 등의 하드계열 빵과 8가지 식빵, 몇 가지의 단과자빵, 파운드케이크 등의 구움과자류가 전부. 앞으로도 품목을 늘릴 생각은 없다. 얼마 전 유일한 베이커리는 오픈 1주년을 맞이했다. 오픈한 지 한 달이 되었을 때, 그에게 인터뷰 요청을 한 적이 있다. 그때 그는 “매장을 안정화시킨 다음에 인터뷰를 진행하고 싶다”며 정중히 거절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그 약속을 지켰다. 1년이 흐르는 동안 그가 한 눈 팔지 않고 정성 들여 만든 빵들은 동네 주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수많은 단골손님들을 형성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상호를 정성 베이커리로 하려고 했지만 촌스럽다는 주변 사람들의 만류로 포기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이 웃지 못 할 에피소드는 유일한 셰프에게 정성이란 두 글자가 어떤 의미인지 알게 한다. 가재울 뉴타운 길가에 자리한 동네빵집, 유일한 베이커리. 그곳에 가면 유일한 셰프가 만든 세상 가장 유일하고 정성스러운 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약력 1994년 한국제과학교 졸업 1998년 코른베르그 과자점 근무 2001년 주재근 베이커리 근무 2004년 대한민국제과기능장 취득 2010년 햇쌀마루, 이성당 근무 2013년 베이커리 카페 솔지오 근무 2016년~現 유일한 베이커리 오너셰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