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동의 조용한 카리스마, 케익오페라 위기를 기회로 바꾼 성실과 정성 유동인구 우리나라 1위, 사무실 최다 밀집지역 중 하나인 강남 교보타워 사거리에서 논현역 방향 골목으로 조금만 들어가다 보면 13년째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힘센 빵집이 있다. 바로 박경선 오너셰프가 운영하는 케익오페라. 케익오페라는 대로변을 옆에 둔 주거 밀집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2000년 4월, 오픈 당시만 해도 주변에 빵집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최고의 입지조건이라 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10년. 성실과 정성으로 그 자리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꾸준히 빵을 구워내던 케익오페라에 변화가 찾아온 것은 바로 옆에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이 들어서면서부터였다. 오픈 이후 꾸준히 증가해오던 매출이 프랜차이즈 빵집이 들어선 첫 달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3개월간 매달 10%씩 줄어들었다. 이에 맞선 케익오페라의 첫 번째 대응은 가게 내부 리뉴얼이었다. 어두운 톤의 우드 재질로 되어있던 매장 내부를 밝은 톤의 벽지와 벽돌로 교체하고, 간판도 눈에 더 잘 띄도록 흰 바탕에 빨간색으로 바꿨다. 평면으로 단순히 나열되어있던 빵 진열은 고객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갈 수 있도록 입체적으로 바꿔 공간 활용을 용이하게 했다. 리뉴얼 이후, 3개월째 줄어들던 매출이 점점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매출은 단지 회복을 넘어 꾸준히 증가해 리뉴얼한 지 한 달 만에 오픈 초기보다 2배로 껑충 뛰었다. 늘어난 손님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박 셰프가 세운 두 번째 전략은 풍성한 시식이었다. 맛과 신선도에서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거의 모든 제품들의 시식을 제공해 손님들이 맛볼 수 있게 만들었다. 케익오페라 빵을 한번 맛본 손님들은 계속해서 방문하기 시작했고, 처음에는 중장년층 고객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금세 주변 직장인들, 젊은 층에게 알려지면서 더 폭넓은 지지를 받게 되었다. 이렇게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었던 것은 지난 이십여 년간 성실히 쌓아온 탄탄한 실력과 모든 제품에 대한 자신감 위에 더해진 박 셰프의 지혜였다. 신선한 맞춤형 케이크로 승부 케익오페라 앞에 붙는 수식어는 ‘기념일 케이크 & 수제초콜릿 전문’이라는 문구다. 120~130가지의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이지만, 그 중에서도 케익오페라의 강점은 바로 맞춤형 케이크와 수제 초콜릿이다. 많은 연인들이 기념일에 맞춤형 케이크를 주문하는데, 그렇게 케익오페라와 인연을 맺어 결혼소식을 알려온 고객이 지금까지 세 커플이나 된다고. 그 중에 한 커플은 100일부터 1000일까지 기념일 케이크를 모두 케익오페라에서 주문해갈 정도로 진한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케익오페라는 철저한 오너셰프 체제로, 아침 7시부터 새벽 1시까지 셰프가 매장을 뜨는 일이 없다. 빵은 하루에도 몇 번씩 수시로 나오는데, 인기 제품들은 기본 3번 이상, 일요일에는 5번까지도 나온다. 회전율이 이렇게 높다보니 빵의 신선도도 남다르다. 특히 박 셰프는 쿠키 계열에 대한 자부심이 큰데, 이는 다름 아닌 제품의 신선도가 주는 경쟁력 덕분이다. 빵, 과자를 아우르는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이는 제과점에서 가장 회전율이 낮은 제품은 아무래도 쿠키류일 것. 빵보다 비교적 신선도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유통기한도 더 길기 때문에, 쿠키를 매일 구워내는 제과점은 흔치 않다. 그런데 케익오페라는 빵 뿐 아니라 쿠키류의 회전율도 굉장히 높아 그 신선도와 인기를 동시에 유지할 수가 있다. 셰프로서, 사장으로서 그의 철학이자 목표는 고객들에게 “케익오페라 것이면 뭐든 맛있다”라는 신용을 얻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박 셰프와 6명의 직원들은 항상 “이것보다 조금 더 낫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라고 스스로에게, 서로에게 질문하며 작업대 앞에 선다. “없던 것을 새로 창조해내는 것보다는 친근감 있는 제품을 모양, 크기, 토핑만 다르게 해봐도 큰 차이를 이끌어낼 수 있다”라고 그는 전한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후배 셰프들에게 “프랜차이즈를 모방하거나 따라잡으려고 하지 말고 그들이 못하는 것을 하라”고 조언한다. 제품의 신선도, 회전율, 맞춤/주문 제작, 좋은 재료 사용 등 자영 제과점이 갖출 수 있는 경쟁력으로 완벽한 차별화를 시키라는 것. 그 본보기가 되기 위해 그는 오늘도 같은 자리에서, 더 열심히 고민하고 빵을 굽는다. 내년에는 주방을 늘려 제과, 제빵 파트를 분리시키고 베이킹 클래스도 운영할 계획이라는 박 셰프. 탄탄한 내공과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그와 케익오페라의 앞으로 행보가 기대된다. 취재·글 양경선 사진 이재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