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목동의 듬직한 빵집 신성묵 과자점 20년 동안 면목동을 지켜온 동네 빵집 시간도 더디게 흐를 것 같은 면목동 사거리. 주유소와 은행이 전부였던 길가에 커다란 전자제품 상가가 들어서고 음식점도 하나둘 생겨났지만, 이곳은 여전히 조용한 옛 동네의 풍경을 지니고 있다. 그 사이로 자리에 못 박은 듯 굳건하게 서 있는 빵집 하나가 보인다. 신성묵 과자점이다. 오래 전 면목동 사거리 코너에 들어온 작은 빵집은 20년 동안 변하지 않고 자리를 지켜냈다. 신성묵 셰프는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순전히 ‘살기 위해서’ 제빵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보릿고개 시절부터 해온 것이 올해로 벌써 43년째. 내세울 만한 자격증은 없지만 밑바닥부터 온갖 제과점을 전전하며 키워온 실력은 무시할 수 없는 그의 자부심이 됐다. 신성묵 과자점은 좋은 자리가 하나 있다는 지인의 말에 이틀 만에 다짜고짜 계약한 그의 두 번째 가게다. 유동인구가 많은 사거리 큰길가라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기에 망설임이 없었다고. 당시 금액으로 7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첫 매출을 올린 신성묵 과자점은 그후로 지금까지 줄곧 탄탄대로를 달려왔다. 이쯤 되면 운이 좋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의 인생에도 위기는 있었다. 24살 무렵, 패기로 시작한 24평짜리 첫 가게가 기 한번 못 펴고 부도를 맞은 것. 이미 한 차례 실패를 맞본 터라 두 번째는 만반의 준비를 할 수밖에 없었단다. 본격적으로 지금의 가게를 오픈하기 전,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직장을 다니며 자금을 모으는 등 발판을 마련해나갔다. 내성적인 성격을 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도 많이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대전 성심당을 시작으로 광주, 대구, 부산까지, 매출이 높은 곳을 중심으로 3박 4일간 전국 순회를 하며 그 요인을 분석하기도 했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빵집 ‘신성묵 과자점’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시대의 변화에 발을 맞추다 동네 빵집의 취약점은 마케팅.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 빵집과 같은 매장 홍보가 가능할 리 만무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신성묵 과자점에서 선택한 것은 바로 ‘차별화’. 동네 빵집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종류의 메뉴를 선보이는 이유다. 지난해 4월 12일, 신성묵 과자점은 매장 확장 공사 겸 리뉴얼을 감행했다. 원활한 제품 생산을 위해 주방을 넓히고, 음료와 빵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베이커리형 카페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에 맞춰 카페 공간을 확보한 것이다. 또 매년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는 수제 초콜릿을 위해 전용 진열대도 추가적으로 들여놓았다. 화이트데이, 발렌타인데이가 다가올 때마다 선물용으로 인기가 굉장하다고. 면목동 주민들이 주 손님층이고, 단골손님이 워낙 많은 지역의 특성상 신성묵 과자점에서는 시식을 따로 하지 않는다. 대신 신 셰프는 아몬드 프랄리네를 바른 식빵이나 야채 모닝빵 등의 서비스 빵을 하나씩 덤으로 제공하고 있다. 아몬드 프랄리네는 뒷맛이 텁텁한 땅콩잼을 대체하기 위한 그의 아이디어다. 솥 안에 밀가루 한 포대를 넣고 주먹으로 반죽하던 아날로그 시대부터 지금까지 제과제빵 업계는 차츰차츰 변화했다. 신성묵 과자점 또한 그 물결을 타고 있는 중이다. 이곳만의 스타일을 찾아가면서. 성공의 비결은 바로 ‘손님’ 인터뷰 도중에도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일일이 인사를 건네는 신성묵 셰프. 언제나 싱글벙글한 얼굴로 유머를 발휘하며 손님들을 웃게 만드는 재주꾼이기도 하다. 셰프가 이러하니 처음 온 사람마저 이곳을 기억하는 것은 당연지사. 이런 그의 성공 비결은 단순했다. “뭐니 뭐니 해도 손님과의 유대지요” 그에게 손님은 어떤 의미일까. 신성묵 과자점의 손님들은 조금 특별하다. 신 셰프의 표현을 빌리자면 ‘20년간 얼굴 맞대고 함께 살아온 사람들’. 그가 이런 말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면목동에 살다가 상계동, 중계동 등으로 이사 간 후에도 꾸준히 매장을 방문하는 고마운 단골손님들 때문이다. 마을 이장님처럼 앞장서 동네의 일을 돕던 빵집 오너셰프와 다른 동네로 떠난 후에도 잊지 않고 찾아주는 면목동 주민들은 이미 사장과 손님 이상의 관계가 된 것이다. “면목동을 넘어 중랑구를 대표하는 빵집이 됐으면 좋겠어요.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그게 진짜 제 꿈입니다” 지금 건물의 지하나 위층에 공장을 두고 2호점을 오픈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 43년간 한 우물만 파왔기에 이제 다른 것은 생각할 수도 없다는 신성묵 셰프. “그냥 계속 열심히 하는 거지 뭐”라며 쑥스러운 듯 말을 잇는 그의 눈빛에는 뚝심이 있었다. 머지않아 중랑구 최고의 빵집이 되어 있을 신성묵 과자점의 모습이 마치 데자뷰처럼 보이는 듯하다. 취재 ․ 글 박소라 사진 이재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