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빵집의 승부사 화수분베이커리 약수역을 지킨 30년 산증인 3호선과 6호선이 교차하는 약수역 일대는 서울의 대표적인 달동네였다. 그러나 지금, 달동네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으리으리한 아파트 단지가 숲을 이루고 있다. 상전벽해의 표본인 이곳에서 화수분베이커리는 묵묵히 30년을 버텼다. 화수분베이커리의 역사는 198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빵집의 이름은 독일제과. 화수분베이커리 김준수 대표는 화수분베이커리의 조상 격인 독일제과를 어렴풋하게 기억했다. 그가 떠올린 독일제과의 모습은 ‘7평 남짓한 공간에서 빵을 팔던 작은 빵집’. 독일제과는 케잌파라, 주재근베이커리를 거쳐 화수분베이커리가 됐다. 수차례의 개명은 살아남기 위한 동네빵집의 몸부림이었다. 김준수 대표는 동네빵집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약수역으로 오기 전 화곡동, 아차산역, 송탄 등지에서 4차례나 빵집을 열고 닫았다. 주재근베이커리에서 책임자로 일했던 그는 독일제과 자리에 2006년경, 주재근베이커리 체인점을 운영하기에 이른다. 5번째로 개업한 빵집이었다. 그러나 위기는 한순간에 찾아왔다. 약수역 일대에 프랜차이즈 빵집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 손을 놓고 있을 수만 없다는 생각에 과감하게 주재근베이커리 체인점을 버리고 화수분베이커리라는 자체 간판을 걸었다. 빵과 함께 커피를 파는 카페형 베이커리로 구조를 뜯어고친 것도 이맘때쯤이다. 이색 마케팅을 배우고 실천하다 아무리 가게 모습을 손질한다고 한들 공격적인 마케팅 공세를 퍼붓는 공룡 빵집과 싸우기는 쉽지 않았을 터. 그래서 화수분베이커리는 동네 사람들의 인심을 잡자고 마음먹었다. 사랑받는 동네빵집을 이리저리 탐구한 결과였다. 일례로 김준수 대표는 최세호 대표가 운영하는 좋은아침베이커리를 비롯해 이름난 동네빵집의 이색 마케팅을 두루두루 배웠다. 아침 8시 20분부터 빵 100개를 동네 주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제품을 만원 이상 구입하는 손님에게는 룰렛에 그려진 빵, 커피 등을 덤으로 준다. 구매 금액의 30~40% 상당을 쿠폰으로 되돌려주는 행사도 매달 1, 2일에 진행한다. 결과는 일단 성공이었다. ‘빵을 나눠주는 착한 빵집’, ‘이벤트가 남다른 재미난 빵집’ 이라는 입소문이 퍼져 나가면서 동네 사람들이 화수분베이커리를 각인하기 시작한 것이다. ‘동네빵집은 홍보를 잘 못한다’는 편견이 무색하게 화수분베이커리는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가게를 홍보한다. ‘단팥빵이 맛있는 가게’라고 큼지막하게 글씨를 써 붙이는 등 손님을 사로잡기 위한 장치를 매장 곳곳에 심어두고 있다. “이 동네에선 화수분베이커리가 프랜차이즈 빵집을 이겼어요”라고 당당하게 말할 정도로 화수분베이커리의 자부심은 남다르다. 약수역에서 인정받기 시작하자 화수분베이커리는 지난해 말, 대학로에 화수분베이커리 직영점을 냈다. 인심을 잡기 위한 마케팅은 대학로점에서도 이어졌다. “약수역에서 빵을 나눠드리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이 오시거든요. 대학로에선 젊은 친구들이 빵을 받아가요. 손님층이 다르다는 걸 빵을 나눠주며 깨달았죠.” 철저한 상권 분석을 토대로, 본점의 빵은 품목을 다양하게 구성하고, 대학로점의 빵은 가짓수를 최소화했다. 희망의 이정표가 되고 싶은 빵집 트렌드를 놓치면 한순간에 도태된다는 무서운 사실을 화수분베이커리는 잘 알고 있다. 최근에는 유기농 밀로 만든 빵이 인기라는 사실을 직감해, 유기농 빵만 모은 코너를 별도로 만들었다. 또한 각종 제과제빵 관련 세미나에서 새로운 레시피를 얻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화수분베이커리 매장 아래층에는 비밀 아지트가 숨어 있다. 아지트는 바로 화수분베이커리의 온갖 제품이 만들어지는 공장이다. 이곳에서 7명의 셰프가 부지런히 빵을 반죽하고 굽는다. 김준수 대표는 항상 셰프들에게 ‘꿈을 잃지 말라’고 조언한다. “한 우물을 파면 미련하다고요? 포기하지 않는 한 꿈은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화수분베이커리는 재물이 끊임없이 샘솟는 화수분처럼 탐스러운 빵을 멈추지 않고 내놓는 꿈을 오늘도 꾸고 있다. 취재‧글 구명주 사진 이재희 주소 서울시 중구 다산로 103 문의 02-2234-04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