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식빵 그런 날이 있다. 마치 계획한 것처럼 모든 것이 맞아 떨어지는. ‘우리동네빵집’이라는 꼭지가 생긴 날이 ‘우리동네식빵’에겐 그런 날이 아니었을까. 신년호 기획회의 시간, 새로운 꼭지에 오랜만에 기자들이 머리를 맞댄 채 서로 자신의 추억의 빵집부터 단골빵집까지 줄줄 말하며 빵 이야기에 몰두했다. 우리가 찾는 빵집은 화려한 인테리어보다 소박한 맛으로 그 동네주민들이 “이 집 빵 진짜 맛있어!”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곳. 지방 빵집의 스테디셀러 맘모스를 필두로 천안의 뚜쥬르 등이 쏟아져 나올 때쯤 입은 꾹 다물어졌고 순간 부러움에 휩싸였다. (기자가 사는 동네는 가히 프랜차이즈의 천국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곳. 물론 종종 괜찮은 숍이 있긴 하다.) 우리 동네에는 남에게 자랑할 만한 빵집이 없을까? 라는 생각이 든 찰나, 문득 떠오르는 빵집이 하나 있었으니 그곳이 바로 ‘우리동네식빵’. 이동 중에 우연히 봤던 하늘빛 간판. 보는 순간 “여기에 웬 빵집이야?”라는 말이 절로 나왔던 곳. 식빵 전문점이 분명한 그 이름 또한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이토록 솔직한 이름이라니. 이 호기 넘치는 빵집이름을 포털에 검색하자 나오는 평가만 무려 15개. 인터넷을 맹신하진 않지만 안면 없는 이들이 쏟아낸 칭찬 댓글과 식빵의 아름다운 비주얼을 보자니 약간의 확신(결국은 적중했다)이 생겨 빠르게 취재를 결심했다. 마침내 방문한 매장은 약 10평정도의 아담한 숍. 하지만 주민들이 원하는 모든 것이 있는 동네빵집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유리창 부근 줄지어 진열된 식빵의 종류만 해도 8종류, 옆쪽엔 동네빵집의 핫 아이템 단팥빵, 크림빵, 어어 여긴 뭘 좀 아는군? 멜론빵까지 있다. 그 외 어른들이 좋아할 듯 보이는 쿠키들. 주방 쪽 커다란 칠판에는 주인장이 직접 식빵을 그려놓았고, 빵이 진열되어있는 주변으로 구석 아기자기한 소품, 폴라로이드 사진 등 모두 하나같이 포근함이 묻어나는 것들로 가득하다. 매장 한가득 자신만의 동네빵집을 구연한 주인장 성향은 셰프(33)는 2009년 제빵을 처음 배운 소위 새내기 셰프다. 같이 제과학교를 다녔던 친구가 오픈한 ‘우리동네식빵’을 그녀가 인수한지 이제 만 2년이 다 되간다고. 부지런한 그녀는 이곳을 혼자 꾸리기로 결심했다. 그녀가 이곳을 맡은 후 식빵과 빵의 종류는 조금 더 다양해졌고 주민들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아침 6시부터 오후 3시까지 혼자서 매장의 모든 빵을 뚝딱 만들어내는 그녀, 혼자서 판매도 겸하기 때문에 이른 아침시간 손님이 몰리면 정신없는 경우가 많다고. 하지만 조금만 늦어져도 빵을 사러왔다가 허탕 치는 주민들이 생기기 때문에 단골들을 위해서라도 자신이 열심히 움직여야한다고 말한다. 사실 여자의 몸으로 빵집 하나를 온전히 꾸려나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재료의 재고 관리부터, 제조부터 시작해, 판매와 각종세금계산 등 빵을 만드는 것 외에도 신경 써야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 이런 일들이 피곤하기도 하지만 일이 즐겁기 때문에 더욱 힘 낼 수 있다고. 엄마의 유모차를 타고오던 꼬맹이가 어느덧 걸어서 빵집에 와 “이모~빵!”이라고 외칠 때, 쉬는 시간 마다 전속력으로 달려서 빵을 사러오던 고3 남학생이 지금은 군대에 갔고 가끔 휴가 때 들러 근황을 전할 때 등, 그녀에게 기운을 주는 일은 도처에 널려있다. 여행을 좋아하는 그녀가 주 6일 착실하게 빵을 굽는 건, 다 이 때문이 아닐까? 더불어 인터뷰 내내 끊임없이 들어오는 손님들로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 손님에게 말을 건네는 숍이 어떤 모습인지 본 듯한 ‘우리동네식빵’ 나도 자랑할 만한 빵집이 생겼다는 즐거움과 함께 종종 밤식빵을 사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취재 내내 들었던 이곳. 내 마음속 별★★★★. 취재ㆍ글 구효선 사진 이재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