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배동의 작은 거인 그랑부아 취재 글 박소라 사진 이재희 주민들의 단골빵집 방배동은 서울에서 살기 좋은 동네로 유명하다. 서울의 중심에 있어 교통이 편리하지만 번잡하지 않고 아파트나 빌라 단지가 많아 교외처럼 조용하고 한가롭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이로 인해 방배동에는 빵집이나 디저트숍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랑부아는 이런 방배동 뒷골목의 숨은 맛집으로 통한다. 신동아아파트, 삼익아파트, 삼호아파트 등 주변이 온통 아파트인 이 동네에서 진한 보라색 외관은 가히 도드라진다. 오픈 초창기인 2008년, 그랑부아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였던 조연희 대표의 서브 공간으로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그랑부아가 유일한 빵집인 데다 주민들의 입장에선 빵집이 단지 앞 슈퍼만큼 가까우니 인기가 많을 수밖에. 손님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쿠키, 타르트 등 5,6가지에 불과했던 메뉴를 30가지 넘게 늘리고 ‘제대로 된 빵집’의 모습을 갖춰나간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 누가 봐도 ‘동네 장사’인 이곳의 단골손님은 8할이 아파트 주민들이다. 때문에 주민들이 귀가하는 저녁시간은 그랑부아가 가장 바쁜 시간이다. 제품도 주민들의 취향과 입맛에 맞춰 조정한다. 가족단위의 손님들이 무리 없이 먹을 수 있도록 당도를 낮추고, 요청에 따라서는 식빵, 조리빵도 메뉴에 넣는다. 프랜차이즈 빵집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항상 술술 풀렸던 것은 아니다. 몇 년 전 방배동 삼호아파트 근처에 오픈한 2호점 건물이 통째로 교회에 팔리면서 빛을 보기도 전에 문을 닫아야 했다. 법정 분쟁으로 이어져 1년간 마음고생도 심했단다. 그럴 때마다 대표를 다잡아준 것은 옆 동네에서 벌어진 분쟁에도 개의치 않고 한결같이 그랑부아를 찾아오는 단골손님들이었다. 그랑부아 7년간의 진화기 그랑부아는 지금까지 외관의 페인트 색을 네 번이나 바꿨다. 불과 작년 중순까지만 해도 노란색과 주황색이었으니 오랜만에 찾아왔다가 길을 헤매는 손님도 종종 있다. 매장 역시 주기적으로 테이블과 진열장의 배치를 변경하고, 조리기구를 교체해왔다. 차츰차츰 늘려온 주방은 이제 매장의 반을 넘게 차지할 정도로 넓다. 그러나 앉아서 먹고 가는 손님보다 오며가며 들르는 테이크아웃 손님이 많은 매장의 특성상 이질감은 없다. 그랑부아의 변신은 메뉴에서도 드러난다. 가장 최근에는 인기 많은 스콘의 종류를 3종으로 늘리고 포카치아도 추가했다. 조 대표는 단골손님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베이커리 트렌드를 꼼꼼히 살펴 신제품을 출시한다. 기본메뉴일지라도 프랜차이즈 빵집에 있는 제품과 절대 똑같이 만들지 않는 것이 나름의 원칙이다. 앞으로는 식사대용으로 즐길 수 있는 조리빵이나 소프트계열의 베이커리 라인을 좀 더 보강할 예정이란다. 대표메뉴인 타르트의 경우 계절에 영향을 받지 않는 초코나 애플 타르트 등 4,5가지만 고정적으로 선보이고 나머지 딸기, 레몬 같은 제철과일과 단호박, 녹차 등은 시즌에 맞춰 변경하고 있다. “저희 가게를 찾는 단골손님들을 위해서라도 그랑부아가 늘 변화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줘야죠” 그랑부아에서 변하지 않은 것은 오픈 전부터 함께 해온 주방 직원들과 그로 인해 언제나 일정하게 유지되는 맛뿐. 대표가 웃으며 덧붙인다. “외관도 계속 바꿀 생각이에요. 다음번엔 타일을 붙여볼까요?” 방배동의 자부심으로 지난 2013년 그랑부아는 ‘FM 음악도시 성시경입니다’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타르트가 맛있는 집으로 소개된 적이 있다. 방송을 듣고 파워블로거들이 찾아오기도 했고 그랑부아의 진가가 더 널리 알려졌다. 장사가 잘된다는 소문 덕택인지 얼마 전 그랑부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작은 빵집이 하나 생겼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커피 전문점도 몇 군데 늘었다. 새로운 상권이 형성된 것이다. 방배동 생활 8년차, 실평수 8평짜리 작은 빵집은 어느새 원석에서 스스로 빛을 내는 보석이 되어 있었다. 이제 그랑부아는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우리 동네에 이런 디저트숍이 있어서 너무 좋다”고 말해주는 손님들에 부응할 수 있도록 동네의 자부심이 되는 것. “사실 번화가로 나가면 얼마든지 볼 수 있는 가게잖아요. 그랑부아가 빛나는 이유는 이곳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랑부아가 방배동을 대표하는 명물빵집이 되었을 때, 카멜레온 같은 변신을 거듭해온 작은 빵집의 모습이 어떻게 변해있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주소 서울시 서초구 방배로6길 18 문의 02-597-39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