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오픈 이래 40년이 넘도록 변함없이 자리를 지켜온 빵집이 있다.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되며 망우동의 자랑으로 우뚝 선 동네빵집 ‘동부고려제과’가 걸어온 길을 돌아봤다 취재•글 우재연 사진 이재희 동부고려제과는 망우역 근처에 상봉터미널이 생기기도 전, 그 지역이 포도밭이던 시절인 1974년 오픈했다. 외래어 상호명이 판치는 오늘날, 동부고려제과라는 이름 자체에서 풍기는 시대감이 간판에서도 물씬 느껴진다. 반면 매장 안은 리모델링을 거친 깔끔한 모습으로 제품명 라벨에 주재료 원산지를 표시하는 등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고 있는 흔적들이 인상적이다. 매대에는 생도너츠, 카스텔라, 고로케, 만주 등 다양한 품목이 준비돼있고 쇼케이스 안에는 큼지막한 생크림 케이크가 진열돼있다. 옛 정취를 물씬 풍기는 먹음직스런 제품들이 정감 있다. 사이사이 하드계열 빵과 머랭을 활용한 신제품은 또 다른 매력. 가족 경영으로 돌파한 위기 본래 동부고려제과는 서정복 대표의 큰 형 (고)서정현 대표의 가게였다. 서정복 대표는 운영하던 체육관이 IMF로 인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낙담해 있었다. 큰 형은 매장을 인수해 식솔들을 우선 먹여 살리라는 제안을 했고 아우는 형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어릴 적부터 부족한 일손을 대신해 빵 일을 도왔기에 이미 제빵 기술자 수준이었던 서 대표는 어려움 없이 매장을 인수할 수 있었다. 큰 형이 일구어 놓은 동부고려제과의 이미지와 명성에 누를 끼치지 않고자 새벽 5시부터 새벽 1시까지 365일을 하루도 쉼 없이 달렸다. 그 결과 동부고려제과는 지역 주민들의 신뢰를 얻었고 망우동을 대표하는 동네빵집으로 뿌리를 내렸다. 그러나 여느 동네빵집이 그러하듯 인력 문제는 피해갈 수 없는 산이었다. 직원들이 말도 없이 그만두거나 임금 대비 제품 가격이 낮은 만큼 적자가 되풀이됨에 따라 결국 가족 경영으로 운영 방식을 바꿨다. 건축을 전공하고 군에서 장교 생활을 하던 아들 서종혁씨는 전역 후 아버지의 뒤를 잇고 싶다며 4년째 곁에서 빵을 만들고 있다. 부인, 아들, 딸, 고종사촌 형수까지 가족이 똘똘 뭉쳐 동부고려제과를 꾸려나가고 있다. 서울미래유산이 되다 지역 토박이들에게 동부고려제과는 고향의 향수와 같은 존재다. 빵집에서 미팅을 하던 시절, 이곳에서 만나 가정을 꾸린 이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방문해 매장 앞에서 함께 사진을 찍고 가기도 한다. 이를 배려해 동부고려제과는 지금까지 4차례 리모델링을 거쳤음에도 간판만은 74년도 오픈 당시의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매장 내부는 트렌드에 맞춰 분위기를 쇄신해왔다. 가장 최근에 이뤄진 리모델링은 2015년의 일로, 특별히 기계에 초점을 두었다. 오븐, 발효기, 믹서 등 새롭게 기계를 들이고 인테리어도 좀 더 새롭게 꾸며 변화를 줬다. 이러한 노력 덕분일까 지난 2015년, 동부고려제과는 베이커리 업종으로는 최초로 ‘서울미래유산’에 선정되며 보호할 가치가 높은 서울시 근현대 문화유산의 반열에 올랐다. 서울미래유산은 각 구청의 추천을 받아 서울시가 현황 조사를 바탕으로 선정하는데, 동부고려제과는 중랑구에서 올라간 후보들 중 유일하게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됐다고. 집밥 같은 빵으로 고객들을 사로잡다 서정복 대표는 “장사는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죽기 살기로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근처의 대형 마트 상권이 위협적이었지만 가족을 먹인다 생각하고 만드는 서 대표의 빵에 사람들은 매력을 느끼고 꾸준히 동부고려제과로 발걸음을 한다. 현재 이곳에서는 100여 가지 종류에 이르는 빵을 판매하고 있다. 단일 품목 매장이 늘어나는 요즘과는 다른 풍경이지만, 옛 시절을 기억하는 고객들이 방문했을 때 추억의 빵을 살 수 있도록 여전히 토탈 베이커리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서 대표는 이것을 고객과의 신뢰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라 여긴다. 만주, 밤빵, 생도너츠, 상투과자 등 오픈 이래 지금까지 이어져 온 메뉴들은 큰 형이 만든 초대 레시피를 그대로 따르고 있으며 서정복 대표가 생산을 도맡고 있다. 한편 아들 서종혁씨는 치아바타, 하드계열 빵, 다쿠아즈 등 현대적인 품목들을 만들어낸다. 고객들은 여전히 입에 익숙한 기존 메뉴들을 선호하지만 건강을 생각하는 트렌드의 영향으로 하드계열 빵 마니아층도 늘고 있는 추세다. 치즈 먹물 치아바타 유기농 밀가루를 사용한 반죽에 먹물을 넣고 색을 낸 다음 카망베르 치즈와 롤 치즈 등을 넣어 짭조름한 맛을 살린 폭신한 질감의 치아바타 3천8백원 무화과 호밀빵 호밀이 70% 들어간 유기농 밀가루 반죽을 48시간 동안 자연발효시킨 다음 설탕과 와인에 전처리한 무화과를 풍성하게 넣어 만든 건강빵이다 5천원 주소 서울시 중랑구 망우로 388(망우동) 문의 02-433-17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