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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잡지

밀푀유의 판타지


밀푀유는 어쩌면 파티시에의 '손맛'이 가장 잘 드러나는 제과 품목이다. 파티시에의 손을 거쳐 서서히 부풀어 오른 푀이타주는 밀푀유의 맛과 모양을 특정하는 기본 바탕이기 때문이기 때문이다. 하얗고 납작한 버터 반죽이 천 겹의 잎사귀가 되기까지, 그 안에 켜켜이 쌓인 서사는 그리 녹록치 않을 터다. 버터가 소아 올린 기적, 세상에서 가장 신비롭고 맛있는 잎사귀, 밀푀유의 판타지를 들여다보자. 


르쁘띠푸 김대현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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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현에게 밀푀유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디저트다."

Q. 밀푀유와 관련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A. 푀이타주 반죽을 밀어 펴고 접을 때 접기 횟수를 까먹었던 경험이 생각아네요. 많은 양의 주문이 들어올 때면 푀이타주를 몇 번 접었는지 헷갈릴 때가 간혹 있어요. 접기를 덜하거나 더하면 푀이타주가 부푸는 정도에 차이가 생겨 완제품의 퀄리티가 들쑥날쑥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브레드바이 이은정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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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은 밀푀유를 인생의 디저트로 꼽는다."

Q. 인상 깊게 맛본 밀푀유를 추천해 주세요.
A. 파리에 얀 쿠브뢰르 파티스리가 오픈한 지 1달 정도 됐을 때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밀푀유를 주문했는데 매우 얇게 구운 푀이타주를 층층이 쌓은 밀푀유가 파니니 그릇에 플레이트 디저트처럼 담겨 나오더라고요. 그날  먹은 밀푀유의 맛을 아직 잊을 수가 없어요. 아울러 캐러멜 파티스리의 캐러멜 밀푀유와 크리스토프 미샬락의 밀푀유 베린도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해피해피케이크 김민정 셰프



"김민정, 밀푀유에서 제과의 오묘한 매력을 맛보다."


Q. 그동안 선보인 밀푀유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이 있나요?
A. 밀푀유와는 조금 다른 독특한 형태로, 밀푀유의 층을 모티프로 초콜릿만을 활용해 밀푀유를 만든 적이 있어요. 해피해피케이크의 발로나 컬래버레이션 행사로 초콜릿의 매력을 부각한 케이크 레시피를 개발하던 중 여러 겹의 얇은 초콜릿이 부서지는 식감을 재미있게 표현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어요. 푀이타주 반죽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제품이 참신하면서도 특별한 매력이 있어 손님들의 반응이 참 좋았고, 저 역시 꽤 즐겁게 작업했답니다.


크레마주 김이슬 셰프



"김이슬은 밀푀유가 단순한 구성 속에 화려함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Q. 밀푀유에 관한 재미있는 기억이 있나요?
A.
수강생들에게 푀이타주의 접기 횟수에 따라 몇 겹의 결이 나오는지 어떻게 설명할까 고민하다가 행주를 접어가며 공식을 계산해본 적이 있어요. 처음엔 아무리 계산해도 이론상의 숫자가 나오지 않아서 고군분투하다가 나름의 원리를 터득하게 됐죠. 그냥 지나쳤던 것들이 오히려 강의를 하며 궁금해질 때가 많은데 푀이타주도 그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르와지르 김수경 셰프



"김수경에게 밀푀유는 정성과 인내의 결과물이다."

Q. 밀푀유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다면?
A.
밀푀유는 정말 눈물나는 에피소드들이 많아요. 푀이타주를 홀라당 태우기도 하고, 수강생이 3주에 걸쳐 만든 푀이타주를 오븐에서 꺼내다가 미끄러져서 땅에 엎은 적도 있어요. 겨울에 10배합 무슬린 크림을 만들다가 마지막 단계에서 분리된 적도 있답니다. 공정 과정이 많은 만큼, 정성과 손이 많이가는 제품일수록 실수했을 때 돌이키기가 어렵더라고요.(웃음)


랑꼬뉴 김민선 셰프



"김민선에게 밀푀유는 프랑스 제과의 정수다."


Q. 밀푀유하면 떠오르는 추억이 있나요?

A.
프티 가토사이즈의 밀푀유를 종종 사 가던 한 단골손님이 어느 날 앙트르메 밀푀유를 주문해 즉석에서 바로 구운 푀이타주에 크림을 넣어 제공한 적이 있습니다. 손님은 집에서 제품을 맛보고 '이런 맛을 알게 되어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는 메세지를 보내주었어요. 그 손님과는 밀푀유를 계기로 친해지게 되었고 어쩌다 보니 내년에 결혼식을 앞두고 있답니다.(웃음) 지금도 저의 피앙세는 랑꼬뉴의 앙트르메 바닐라 밀푀유를 존인 인생 최고의 디저트로 생각한다고하네요.
 

디저티스트 방준호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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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준호에게 밀푀유는 모든 재료를 담고 싶은 하나의 플랫폼이다."

Q. 이상적인 밀푀유는 무엇일까요?
A. 
푀이타주는 안쪽까지 골고루 구움색이 선명하게 나 있고, 적절하게 캐러멜라이즈해 고소하고 달콤 쌉싸름한 맛이 느껴져야 합니다. 그렇게 만든 푀이타주에 묵직한 크림과 가벼운 크림, 혹은 직관적인 맛의 즐레 등을 조화롭게 매치한 밀푀유가 가장 이상적인 밀푀유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먹어본 밀푀유 중에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피에르 에르메의 '두 밀푀유(2000 FEUILLES)'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푀이타주와 헤이즐넛의 매치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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