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동 골목을 지키다 띠아몽베이커리 빵집엔 ‘띠아몽 아저씨’가 있다 사람 냄새 폴폴 풍기는 동네 골목까지 자본이 침투하고 있다. 그러나 광진구 군자동을 돌아보면 ‘골목의 희망’이 보인다. 군자역과 연결된 대로변은 고층 오피스텔과 프랜차이즈 가게가 잠식했지만, 동네를 얼키설키 엮은 골목에선 아직까지 소규모 가게들이 강자다. 군자동 주민이 아끼는 띠아몽베이커리 역시 군자동 골목을 지키는 가게 중 하나다. 띠아몽베이커리가 있는 골목엔 영세한 가게들이 마치 손에 손을 잡고 힘을 모으기라도 하듯 다닥다닥 붙어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크고 작은 여러 가게를 지나자 동네 목욕탕과 슈퍼마켓 사이로 자그마한 띠아몽베이커리가 보였다.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서글서글한 인상의 김안중 대표가 환한 미소로 반겼다. 동네 사람들은 그를 ‘띠아몽 아저씨’로 부른다고 했다. 띠아몽은 이탈리아어 ‘사랑합니다’라는 뜻. 김 대표는 동네 주민의 과분한 사랑을 항상 느끼고 있다. “‘띠아몽 아저씨다’ 하면서 저를 알아봐주는 사람을 만날 때가 많아요. 어디서든 저를 띠아몽으로 기억해주니, 정말 고맙습니다.” 작아서 오히려 매력적인 가게 김안중 대표는 매출보다 먼저 손님을 걱정한다. 재료값이 올라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상할 때도 쉽게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주저할 때가 많단다. 손님을 걱정하는 빵집 주인의 마음을 아는지 띠아몽베이커리의 손님들은 빵집이 잘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했다. 실제로 인터뷰 도중 들른 단골손님은 자발적으로 인터뷰에 말을 보탰다. “이사를 갔는데도 일부러 케이크를 사러 왔어요. 미리 케이크나 빵을 주문할 수도 있어 좋습니다.” 사실 손님 입장에서 보면, 띠아몽베이커리는 불편하다. 공간이 협소해 앉아서 빵을 즐길 수도 없고 빵을 구경하는 통로도 좁기만 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손님들은 띠아몽베이커리가 ‘크지 않아서’, ‘세련되지 않아서’ 매력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온갖 마케팅으로 무장한 마트에 질린 사람이 재래시장을 찾는 것처럼 띠아몽베이커리를 좋아하는 손님들도 프랜차이즈 빵집을 피해 일부러 이곳까지 방문하고 있었다. 빵의 이름표도 정갈하게 찍어낸 인쇄물이 아니라 하얀 종이에 검정색 펜으로 직접 쓴 것이었다. 손으로 쓴 이름표를 보니 오랜만에 손편지를 받은 것 마냥 기분이 좋아졌다. 디지털의 편리함이 아날로그의 감수성까진 베낄 수 없음이다. 고향만큼 소중한 광진구 군자동에서 김안중 대표가 띠아몽베이커리를 연 지는 벌써 12년이 넘어간다. 4남매 중 막내인 그는 먼저 제빵사가 된 형과 누나를 따라 자연스럽게 빵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한 집안에서 무려 3명이나 똑같이 제과제빵을 한 셈이다. 지금은 모두 서울에 살고 있지만 그들의 고향은 서울이 아니라 충청남도 홍천. 군자동에서 빵집을 하는 동안에도 김안중 대표는 고향을 잊지 않고 있다. 띠아몽베이커리의 입구에서 가장 먼저 눈을 사로잡는 것도 ‘내고향 홍천에서 가져온 호박으로 만든 호박빵’이라는 광고 문구였다. 호박빵은 김 대표가 홍천에서 공수해온 호박을 반죽에도, 장식에도 듬뿍 넣어 개발한 것이란다. 이제 그에게 광진구는 홍천 못지않게 사무치는 제2의 고향이다. 갓 상경한 20대의 김안중 대표가 처음 살았던 곳도 신혼생활을 시작했던 곳도 모두 광진구 언저리였다. 띠아몽베이커리를 열기 전 먼저 창업했던 빵집 역시 광진구 화양동에 있었으니 그와 광진구의 인연은 각별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는 군자동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지역의 궂은일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처음 그가 광진구에서 빵집을 시작했을 때 갓난아기였던 첫째가 대학생이 됐단다. 빵집과 함께 나이를 먹고 있는 그가 세월이 지나도 군자동에서 오래오래 ‘띠아몽 아저씨’로 불리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주소 서울시 광진구 군자로 108 문의 02-467-4612 취재 글 구명주 사진 이재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