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 이상’을 꿈꾸는 빵집 에버델리 취재•글 권혜림 사진 이재희 예스런 서촌에 등장한 유럽 빵집 ‘에버델리’는 2012년 서촌이 옥인동 또는 효자동으로 불리던 시기 서촌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의 이름은 ‘슬로우브레드에버(Slow Bread EVER)’. 에버델리는 슬로우브레드에버가 통합되기 전, 2호점의 명칭이었다. 지금의 서촌은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지역이지만 그 당시만 해도 4대문 안에 70-80년대 문화를 그대로 지닌 동네는 서촌이 유일했다. 서촌이라는 명칭도 사실은 비교적 최근에서야 생긴 것이며 그땐 그저 미용실, 설비 가게, 철물점, 동네 슈퍼 외에는 아무것도 찾아볼 수 없는 한적한 동네였다. 초창기 에버델리는 빵집이 아닌 작업실 형태였다. 문혜영 셰프는 원래 스피드가 생명인 증권사에 재직 중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느리게 만들어지는 유럽식 빵에 흥미를 느껴 취미로 베이킹을 시작했다. 그러다 문 셰프의 빵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 납품을 진행하게 되면서 서촌에 작업실을 마련하게 된 것. 처음에는 말 그대로 작업 용도로만 사용할 계획이었지만, 빵 냄새를 맡고 찾아오는 주민들의 요청 때문에 빵집으로 전환하게 되었단다. 서촌은 오래된 동네라 거주 연령층이 높을 것 같지만, 아이 키우는 가족들, 젊은 층도 많아 다양한 연령층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상권이다. 때문에 건강한 음식을 원하는 주민들 사이에서 슬로우브레드에버의 각종 하드계열 빵은 급속도로 인기를 얻어 갔다. 게다가 내부 주방은 물론, 기계도 구경할 수 없는 폐쇄적 구조였던 전통 베이커리와 달리 매장 한 가운데 키친이 훤히 보이는 슬로우브레드에버는 오픈 키친에 생소했던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대중들의 관심에 힘입어 슬로우브레드에버는 통인시장 근처에 2호점인 ‘에버델리’까지 오픈하며 상동가도를 달렸다. 젊은 세대를 사로잡은 빵과 샌드위치 문혜영 셰프가 1호점 슬로우브레드에버를 2호점 에버델리로 통합 이전한 것은 지난해 9월. 그녀는 조용한 주택가에 들이닥친 급작스런 상권의 변화를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1호점의 문을 닫았다. 현재 에버델리에서는 슬로우브레드에버의 천연발효종으로 만든 빵들과 구움과자를 비롯해 빵을 활용해 만든 샌드위치 등 식사 빵까지 다양한 메뉴를 취급하고 있다. 빵을 대하는 문 셰프의 철학은 어딘가 특별하다. “손님이 샌드위치를 주문한 후 품는 기대감, 주방에서 고기 다듬는 소리나 지글지글 볶는 소리부터 냄새, 시각적인 부분까지도 맛의 일환이에요. 이 모든 것이 다 계산된 ‘음식’이라는 거죠” 그래서였을까. 건강빵이 주를 이룬 슬로우브레드에버의 제품과는 달리 요리를 접목시킨 에버델리의 제품들은 이내 나름의 지지층을 넓혀갔다. 특히 알록달록하고 먹음직스러운 샌드위치는 젊은 손님들이 원하는 SNS 컨텐츠에 딱 들어맞았다. ‘에버델리 샌드위치’는 그렇게 입소문을 타고 근처 광화문의 젊은 직장인들에게까지 인기를 얻게 됐다. 문혜영 셰프는 빵 하나도 요리 그 자체라고 이야기한다. 현대인들은 삼시 세끼 한식을 차려먹을 수 있는 상황이 안 되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한 빵이라는 것. 그렇기 때문에 항상 빵도 하나의 식사라는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 ‘EVER’의 의미를 이어가기 위해 슬로우브레드에버와 에버델리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EVER’는 그녀의 신념 그 자체이기도 하다. 문혜영 셰프는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장악 중인 서촌에서 5년 동안 업장을 이어 온 특별한 비결 같은 건 없었다고 말한다. 그저 처음 가게를 오픈하던 초심을 담은 ‘슬로우브레드에버’의 의미를 떠올리며 묵묵히 신념을 이어온 것뿐이라고. 그녀가 베이커리를 직접 운영해보고 싶던 수많은 이유 중 하나는 기존의 베이커리와 다른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첨가물 없이 좋은 재료로 만든 빵, 그리고 그 신념을 이어가는 빵집’, 이는 그녀에게 있어 이정표나 다름없다. 제품의 맛을 최상으로 끌어올릴 수만 있으면 무엇이든 한다는 문 셰프. 그녀가 항상 새로운 식재료에 관심을 두고 공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 사용하는 재료보다 더 좋은 재료를 찾게 되면 교체해가면서 점점 더 나은 맛을 뽑아내는 것이 본인의 역할이라는 것. 이것이 지속 가능한 ‘에버’의 의미를 실천하는 길이라고 말한다. “신기하게도 제품의 맛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면 대중은 알아봐요. 최선을 다해 빈틈을 최대한 메우면 아주 어린 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호불호를 뛰어넘는 최상의 맛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올해 안에 상암동에 베이커리와 펍을 결합시킨 ‘비스트로 에버’개업을 앞두고 있는 그녀에게는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이 있다. “통인시장의 연장선이 되어 에버델리에서도 저만이 내놓는 식자재를 선보이고 싶어요. 제가 찾아낼 수 있는 최선의 야채라든지, 우리나라 목장에서 만드는 치즈, 버터를 소개하는 매개체가 된다면 좋을 것 같거든요”빵집을 뛰어넘어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열망하는 그녀의 모습은 에버델리의 문턱이 닳도록 드나드는 손님들의 발걸음을 설명해주는 것 같았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13길 4-7(통인동) 문의 02-734-08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