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구의 명소가 된 ‘쟝 블랑제리’ 서울대로 가는 마을버스 종점에 목사였던 미식가 아버지 덕분에 어려서부터 요리에 대한 감각이 남달랐던 장형건 대표(44세)는 88년 한국제과학교를 졸업하고, 신라명과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리고 동경제과학교로 유학을 준비하다 치의예과에 다니던 형님을 위해 집안 형편상 유학을 포기하게 된다. 대신 자신의 제과점을 오픈하기로 마음먹고, 96년 오랫동안 살던 낙성대 근처에 8평짜리 세를 얻은 것이 쟝 블랑제리의 시작. 일단 서울대로 올라가는 마을버스의 종점이자 낙성대역 4번 출구 바로 앞에 위치한 입지 덕분에 오픈한 지 얼마 안되서부터 서울대 학생들과 교수들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의 입소문을 탔다. 쟝 블랑제리가 입소문을 타며 동네가 많이 밝아졌고, 12년 전 건물을 인수하여 신축한 것이 현재의 쟝 블랑제리. 여기에 지난 2007년 건물 2·3층에 커피 프랜차이즈를 들여오며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베이커리 카페의 꿈을 이루었다. 이른 성공과 탄탄대로의 비결에 대해 장 대표는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충전물을 충실하게 넣는다는 점과 그 시절 윈도 베이커리로는 드물게 마가린 대신 버터를 쓰는 등 최고의 재료만을 고집했다는 점 두가지 밖에 없단다. 무거운 단팥빵과 두꺼운 크림치즈번 쟝 블랑제리의 명물은 뭐니뭐니해도 묵직한 단팥빵. 하나당 220g씩의 앙금이 들어간다고 하니 무거울 만도 하다. 덕분에 쟝 블랑제리의 단팥빵은 지난 봄부터 청와대에 납품하기 시작했다고. 이곳의 무거운 단팥빵 소문은 전국 각지에 흘러 제주도와 전라도 등 지방 택배도 10%에 이른다. 자르면 크림치즈가 3센티는 족히 넘어보이는 두툼한 ‘크림치즈번’도 베스트셀러 아이템으로 등극했다. 팥배기와 슈크림을 듬뿍 넣은 ‘팥슈크림번’도 추천한다. 학생들이 많이 찾는 조리빵을 많이 구비한 것도 특징. 생양파를 채썰어 가득 올리고 롤치즈와 모짜렐라 치즈를 듬뿍 뿌린 ‘어니언피자빵’과 탱글탱글한 소시지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보스턴소시지’, 기름을 쏙 뺀 참치와 야채를 듬뿍 넣은 ‘참치피자빵’도 옛날 맛 그대로. 부추, 감자 등 각종 야채와 고기로 만들어 하나 먹으면 한 끼 식사로 거뜬한 ‘고로케’는 단돈 2천원. 기름이 많은 간고기와 돼지 앞다리살을 함께 갈아 사용하는 것이 비법이라고. 한 곳에서 16년째. 학생들의 주머니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아서인지 가격에서도 그 마음이 그대로 느껴진다. 홍국쌀식빵과 오징어먹물식빵, 시너먼식빵, 녹차식빵 등 각종 트렌디한 식빵이 모두 다 3천원. 생크림케이크는 2호짜리가 1만8천원, 각종 시폰 케이크들이 2만원이다. 모던보다는 클래식을 추구하지만 흐름에 뒤떨어지지는 않으려는 것이 장 대표의 마인드. 웰빙 블랙푸드인 먹물로 만든 ‘먹물 드 세이글’과 호밀에 호두와 각종 베리 넣은 ‘호밀 베리 캉파뉴’, 겉은 딱딱하고 속은 쫄깃한 ‘올리브 치아바타’등 천연발효빵의 비율도 조금씩 늘여가고 있다. 쟝 블랑제리 + 쟝 로스터스를 꿈꾸며 매일매일 제품이 품절되기에 덤 문화는 일절 없다. 대신 그날 구운 맛있는 빵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이 장 대표의 철학이다. 또한 일주일에 6일, 일일 8시간 근무를 최대한 실천하려 노력한다. 그래서인지 이직률이 낮은 편. 현재 정관호 공장장은 4년째 이곳에서 일하고 있으며, 전 공장장도 십년간 이곳에서 일했다고. 현재 1층 쟝 블랑제리에서 산 빵을 2층 프랜차이즈 커피점에서 즐길 수 있는 독특한 시스템은 계속 유지할 생각이다. 하지만 원두를 직접 볶는 기술을 배워 현재 프랜차이즈와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부터는 로스터리 숍을 함께 운영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일하느라 바빠서 아직 결혼도 못했다는 장 대표에게 16년을 도와주신 어머니 대신 그를 내조해 줄 사람이 생겼다. 올 11월, 11살 차이나는 신부와 결혼을 한다며 수줍게 웃는 장형건 대표. 베이커리 로스터리 카페의 꿈과 신혼의 단꿈을 함께 꿀 수 있을 듯. 주소_서울 관악구 낙성대동 1660-7 문의_02-889-5170 취재ㆍ글 이상민│사진 이재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