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공이산(愚公移山)의 정신 좋은아침베이커리 취재 글 박소라 사진 이재희 아침 주는 착한 빵집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작심삼일도 아니고 무려 10년 동안 사람이 숨을 쉬고 잠을 자듯 자연스럽게 매일 아침 같은 일을 해온 ‘의지의 한국인’이 있다. 작은 일도 계속하면 깨달음이 온다는 것을 그는 일찍부터 알고 있었나 보다. 내 한 몸 챙기기 힘든 세상에 다른 사람들의 아침부터 챙기는 사람. 2002년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사람들에게 아침을 제공하는 좋은아침베이커리의 최세호 대표를 만나기 위해 안산 한양대역 앞으로 달려갔다. 최세호 대표와 빵의 진한 인연은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부보다 빵을 좋아했던 19살의 청년은 무언가에 이끌리듯 김충복 과자점에 들어갔다고 한다. 제빵 일을 하면서 아침을 거르는 날이 많았던 최대표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70% 이상이 아침 식사를 거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그때부터 ‘좋은아침’이라고 이름 붙인 자신의 가게에서 매일 아침 빵을 나눠 주겠다는 결심을 했다. 매일 아침 제공하고 있는 빵은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한 번의 변동도 없이 오직 잡곡하드롤. 특별한 첨가물이 없는 가벼운 빵이지만, 잡곡하드롤은 많은 시행착오 끝에 얻은 결론이라고 한다. 아침식사 대용으로는 팥이나 크림이 든 묵직한 빵보다는 담백한 것이 좋다고 판단했고, 직장인과 학생들에게 빵을 주려면 8시 반까지는 빵이 구워져 나와야 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시간을 체크해가며 여러 종류의 빵을 구운 결과 가장 적합한 빵을 찾았는데, 그것이 지금의 잡곡하드롤이다. 처음 가게를 오픈한 2002년에는 하루의 매출이 60만원이 불과했다. 그렇게 1년을 보냈는데, 그것과는 별개로 매일 아침 8시 반이 되면 습관처럼 나가 잡곡하드롤 100개를 나눠 주었다고. 그 후로 10년 동안 한결같이 사람들의 아침을 책임졌고, 이를 알게 된 사람들이 먼저 가게를 찾아왔다. 가끔 동네 빵집을 운영하는 사장들이 “한 달간 이벤트를 했는데도 반응이 없다”며 푸념을 늘어 놓을 때가 있다고 한다. 그럴 때면 최세호 대표는 이렇게 얘기한다. “그렇게 10년을 해 보세요 사장님. 매출은 덤으로 따라 옵니다”라고. 하루에 세 번 구워져 나오는 신선한 빵 사실 동네 빵집에서 만들 수 있는 메뉴는 한정되어 있다. 사람들이 동네 빵집에서 기대하는 것이란 친근하고 정겨운 맛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 대표는 메뉴보다는 재료에 차별화를 두었다고 한다. 농사 지은 쌀과 채소를 이용하거나 직접 담근 김치를 넣어 만드는 등 신선하고 건강한 빵을 고집하고 있다. 좋은아침베이커리는 하루에 세 번 빵을 굽는다. 갓 구운 빵이 가장 맛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진리라는 최 대표. 아침에 구워 저녁까지 판매하는 빵은 신선한 빵이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특히 도넛이나 크로켓은 시간이 많이 지나면 현저하게 맛이 떨어져 갓 구운 상태로 판매해야 한다고. 빵을 굽는 시간에 맞춰 매장 직원들 또한 로테이션으로 근무하고 있다. 현재 좋은아침베이커리는 본점이 있는 안산을 비롯 전국에 총 9개의 매장이 있다. 지역의 특성에 따라 다른 메뉴 1~2개 정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같은 레시피로 빵을 굽고 동일한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이 또한 좋은아침베이커리를 찾는 사람들에게 늘 건강하고 신선한 빵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고객이 만족하는 빵을 만드는 것. 항상 내 빵을 먹는 고객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좋은아침베이커리의 철학이다. 좋은아침베이커리만의 경쟁력, 색다른 마케팅 ‘그린크리스마스’는 지난 겨울 크리스마스에 좋은아침베이커리가 진행한 이벤트였다. 케이크를 먹고 난 후 케이크가 담겨 있던 녹색 포장 상자를 반환하는 손님들에게 쿠폰을 제공해 주었던 것. 상자는 재활용해 달력으로 만들어 연말에 나눠 주려고 했지만, 아직 홍보가 부족해 아쉽게도 호응은 많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무료 빵 나눠주기를 시작했을 때처럼 서두를 생각은 없다. 또한 매월 1~3일 동안은 구입한 금액의 50%를 쿠폰으로 교환해 주고 있으며, 12일은 수익금 전액을 각 지역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는 ‘나눔의 날’이다. 매장 한 쪽에는 만 원 이상 구입하면 룰렛을 돌려 해당하는 빵을 서비스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초록색 룰렛 판도 자리하고 있다. 이 모두가 감동과 즐거움을 느낀 손님들의 재방문을 유도하기 위한 최세호 대표의 아이디어다. 본인은 손재주가 없다 보니 저절로 마케팅이나 재무에 관심이 생겼지만, 빵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자신감을 갖고 자신의 빵을 알릴 줄 알아야 한단다. 물론 여기에는 전제 조건이 뒤따른다. 맛은 기본이라는 것. 직원들에게는 함께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심어 주고, 손님들에게는 신뢰를 주는 일석이조의 효과. 그가 말하는 좋은 마케팅이다. 내가 남과 다른 점은 그저 행동으로 옮겨 봤다는 것뿐이라며 웃는 최세호 대표.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아침베이커리의 빵을 제공하고 싶다고 한다. 안산에서 최고가 되겠다고 다짐했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는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이었다. 먼 훗날 그의 신념이 녹아 든 오랜 전통의 좋은아침베이커리가 그 모습 그대로 안산을 굳건히 지키고 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