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10년차 케이크숍의 저력 퐁포네뜨 케이크숍을 위해 건물을 지은 자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던가. 천만의 말씀. 홍대에서 10년이면 세상이 변하고도 남는다. 퐁포네뜨는 바람 잘 일 없는 홍대의 10년을 찬찬히 지켜보고 살아남았다. 적당히 낡고 적당히 멋이 들면서. 아버지와 아들, 언니와 동생이 함께 운영하는 가게들은 종종 봤지만 퐁포네뜨는 무려 세 자매다. 패션을 공부한 이유은 대표, 회사를 다니던 언니 이유화 씨, 일본에서 제과제빵을 배운 막내 이종아 셰프. 전공만큼 성격이 다른 자매는 일본에서 맛본 무스케이크에 반해 케이크숍 오픈을 결심했다. 그리고 홍대 골목에 과감하게 건물을 지었다. 처음에는 2층에 매장이 있고, 1,3층은 각각 작업실과 자매의 집이었다. 그런데 밖에서는 2층이 보이지 않으니 손님들은 퐁포네뜨를 카페로만 알았다고. 고민 끝에 오픈한 지 3년 만에 매장을 1층으로 옮겼다. 이 역시 자매 소유의 건물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홍대는 변화가 빠른 지역이다. 대표는 10년 사이에 이곳이 얼마나 변했는지 말도 못한다고 했다. 그만큼 위기도 매번 찾아왔다. “예전에는 미술학원이 많아서 학생들이 베이글을 테이크아웃으로 많이 사갔어요. 학원이 없어지자 상황은 180도 변했죠” 이뿐만이 아니다. 와플이 유행하면서 와플집이 수두룩하게 생기는가 하면 어느 순간 초콜릿의 인기가 급상승해 너도나도 초콜릿을 팔았다. 그때마다 숱한 유혹에 흔들렸다. 풍경만 변한 것은 아니다. 단골학생들도 어느새 어엿한 청년이 됐다. 덕분에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다. 남자친구와 주말마다 데이트를 하러 왔던 미술학원 학생이 결혼소식을 전하고, 한 손님은 딸기 스무디 가격이 10년 동안 겨우 500원 올랐다며 기뻐했다. 어린 마음에 비싸서 사먹지 못했던 ‘3,500원짜리 딸기 스무디’의 기억이 추억으로 바뀐 것이다. ‘홍대 주민 인증’ 딸기 생크림과 잼 식빵 10년 전 퐁포네뜨의 제품은 무스케이크, 푸딩 종류만 해도 13가지에 달했다. 그러나 그때는 국내에 무스케이크가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 무난한 고구마케이크와 뉴욕치즈케이크만 불티나게 팔렸단다. 지금은 수를 줄여 9종류의 케이크를 선보이고 있다. 딸기 생크림은 이들 중 가장 유명하고 판매율이 높은 효자상품이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홍대 3대 딸기 생크림케이크 중 하나로 거론될 정도. 인기의 비밀은 신선함에 있다. 퐁포네뜨에서는 네모나게 4조각으로 커팅된 케이크 중 2조각이 팔린 순간 두 번째 케이크를 만들기 시작한다. 때문에 하루에 몇 번씩 굽는 게 일이지만, 생크림케이크는 바로 만들어서 신선할 때 먹어야 맛있다는 게 대표의 지론이다. 주력제품이 케이크라면 가장 신경 써서 만드는 제품은 잼 식빵. 아침에 딱 한 번 소량씩 굽는 미니 사이즈 식빵들은 오픈 초부터 사랑받아온 메뉴다. 10년을 먹다보니 주민들이 이 맛에 익숙해지는 건 당연지사.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간 단골손님 중에는 퀵서비스로 예약주문을 넣은 적도 있다. 퐁포네뜨에서는 제품을 만들 때 레시피를 반드시 고수한다. 10년 동안 한 번도 빠짐없이 레시피를 보며 케이크를 만들어왔다고. 지금도 재료 하나 빠트리지 않고 정확히 계량한다. 퐁포네뜨가 한결같이 그 맛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이를 알기에 단골손님들은 말한다. “퐁포네뜨가 홍대 중심가에 있었으면 지금보다 더 대박”이라고. 홍대살이 10년, 2호점을 열다 ‘작고 귀여운’이라는 의미처럼 퐁포네뜨의 인테리어는 아기자기하다. 밖은 벽돌로 꾸며져 있고, 매장에는 직접 고른 소품들과 화분이 곳곳에 놓여 있다. 대학생 손님들의 웃음소리와 뉴에이지 음악이 뒤섞여 밝은 분위기가 감돈다. 동네빵집이라고는 전혀 상상할 수 없다. 10주년을 맞이해 퐁포네뜨는 다시 변신 중이다. 커피 머신, 냉동고도 교체했고, 매장 옆 외부 공간은 정원으로 단장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변화는 지난 4월 말 메세나폴리스에 2호점을 오픈했다는 것. 이를 계기로 자매는 뿔뿔이 흩어졌다. 언니가 지난해부터 2,3,4층에 새로 마련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데 이어, 파티시에인 막내가 메세나폴리스점을 맡게 됐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화려한 성공’이라 말할 법하지만, 사실 퐁포네뜨는 매체에 줄지어 보도된 적도, 숨도 못 쉬게 바빴던 적도 없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매출이 꾸준히 올랐을 뿐. 소리 없이 강하다는 말이 딱 맞다. “애초에 하루 이틀 하고 말 가게가 아니었기 때문에 큰 욕심을 부리지 않았어요. 지금처럼 잔잔하게 유지해나가는 게 목표에요. 10년 후에 우리 다시 봐요” 앞일은 아무도 모른다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최소 10년은 더 퐁포네뜨의 딸기 생크림을 맛볼 수 있다는 것. 그때까지 ‘잔잔하게 롱런’하고 있기를 소망한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25길 11 문의 02-337-9006 취재 • 글 박소라 사진 이재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