쁘띠통 PETIT TONG 서촌의 터줏대감으로 불리는 ‘쁘띠통’은 정통 유럽빵을 모토로 동네 주민들은 물론 외지인의 발걸음도 머물게 하는 매력 있는 베이커리다. 취재·글 한사랑 사진 이재희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시작 윈도 베이커리의 선점이 유독 뜸한 서촌에 7년 동안 묵묵히 한 자리를 지켜온 빵집이 있다. 경복궁역 사거리 대로변에 위치한 ‘쁘띠통’이 바로 그 주인공. 사랑스러움이 느껴지는 분홍색 외관은 멀리서 봐도 눈에 띄며, 횡단보도 바로 앞에 위치해 오고 가다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게 되는 곳이다. 쁘띠통은 근방에 위치한 스위스 전문 레스토랑 ‘가스트로통’과 함께 운영된다. 앞서 2011년 스위스 셰프 출신의 남편 롤랜드 히니와 소믈리에 출신의 아내 김영심 셰프는 음식과 함께 소통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가스트로통을 오픈했다. 그로부터 4년 뒤인 2014년, 김 셰프는 가스트로통의 작은 집이라는 뜻의 ‘쁘띠통’을 열었다. 서촌에 살면서 제대로 된 유럽빵을 만드는 베이커리가 없는 것이 아쉬웠던 셰프는 빵을 주식으로 먹는 남편을 위해 본인이 직접 빵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단다. 프랑스와 한국에서 제빵을 배우면서 와인 양조와 제빵의 발효가 유사점이 많아 만들수록 재미있게 느껴졌다고. 쁘띠통은 김 셰프가 남편을 위해 시작한 빵집인 만큼 천연발효종으로 만드는 건강한 빵을 지향한다. 또한 스위스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전통 빵과 샌드위치 등을 판매하며 동네 주민들은 물론 외지인에게도 꾸준한 호평을 받고 있다. 남녀노소가 모이는 우물가 같은 빵집 순탄하게 빵집을 운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쁘띠통 역시 여느 동네빵집처럼 매출에 대한 걱정이 있다. 천연발효종과 건강빵 위주로 판매하는 쁘띠통은 가스트로통에서 쓰는 최고급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하루에 생산할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고, 대중이 좋아하는 품목과는 거리가 있어 제품을 생산하는 비용에 비해 인건비나 임대료를 부담하기 쉽지 않다고. 다행히 레스토랑을 함께 운영해 매출에 타격을 적게 입지만 정말 좋아해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버틸 수 있다고 한다. 쁘띠통을 운영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원동력은 바로 손님이다. 서촌이라는 동네의 특성상 주민들부터 건축가, 예술가, 외지인 등 다양한 인종과 직업, 연령대의 사람들이 드나든다. 빵을 매개로 여러 손님을 만나 그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나눌 때면 쁘띠통을 운영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특히나 빵에 대한 고객의 칭찬은 그날의 힘든 일도 다 날아가게 할 만큼 기쁘단다. 전에 한 중년 손님은 쁘띠통의 빵을 맛보고 전국의 빵집을 거의 다 다녀봤는데 이곳만큼 맛있고 정직하게 만드는 빵집은 드물다며 이런 빵집을 오랫동안 운영해주어 감사하다는 말을 건넸다. 그때 김 셰프는 누군가에게 쁘띠통이 정말 가치 있는 빵집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후 더 성심성의를 다해 빵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건강과 맛 둘 다 잡은 쁘띠통 쁘띠통은 정통 유럽빵을 기저에 두고 유기농 통밀빵부터 제철 과일로 만든 타르트, 쿠키, 샌드위치, 케이크 등 수십 가지의 품목을 선보인다. 또한, 스위스의 맛을 담은 좁프(Zopf) 빵과 스위스 엥가딘(Engadin)의 전통 과자 호두 타르트(Engadiner Nußtorte) 등도 맛볼 수 있다. 특히나 스위스 아르가우(Aargauer) 지방의 대표적인 케이크인 ‘당근 케이크(Ruebli Torte)’의 인기가 가장 좋은데, 밀가루 대신 아몬드파우더로 만든 제품으로 제주산 유기농 당근을 아낌없이 넣어 묵직한 식감과 너무 달지 않은 맛을 자랑한다. 쁘띠통의 특별한 점은 빵과 함께 먹기 좋은 수제 잼과 치즈, 와인도 판매한다는 것. 와인은 전직 소믈리에였던 김 셰프가 직접 마셔보고 선정한 제품들로 2~3만원의 부담 없는 가격대이며 약 12종을 선보이고 있다. 치즈 역시 김 셰프가 일일이 선정한 경성 치즈가 준비돼 있다. 이 외에도 오늘의 빵을 포함한 ‘굴라쉬 스프’와 ‘미트소스 라자냐’, ‘가지 그라탕’, ‘키쉬 로렌’ 등 유럽에서 즐겨 먹는 세이버리 메뉴도 함께 즐길 수 있다. 계속해서 진짜 유럽의 맛을 보여주고 싶다는 김영심 셰프. 누구보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빵을 만들어 온 셰프를 알기에 더욱 기대되는 말이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40-1(창성동) 문의 02-733-4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