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향해 행진하다 정수종 베이커리 호텔 제과장 출신의 오너셰프가 있는 빵집 지난 2007년, 본지의 95번째 우리시대기술인으로 만났던 정수종 셰프. 당시 그는 대구 아리아나 호텔의 제과장으로 밤낮없이 신제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랬던 그가 자영 베이커리의 오너셰프가 됐다. 서울로 치자면 강남에 해당하는 대구 수성구의 노른자위 땅 범어동. 그곳에 정수종 베이커리가 있다. 대봉동과 범어동에 두 개의 매장을 운영하던 그는 올 2월 첫 매장이었던 대봉동 빵집을 정리하고 범어동 매장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정수종 베이커리 앞에서 만나자” 이곳에서 빵을 굽기 시작한 지 2년 만에 정수종 베이커리는 이 근처에서 약속을 잡는 사람들의 만남의 장소가 됐다. 철저한 상권 분석과 소비자 니즈 파악이 성공의 열쇠 첫 매장이었던 대봉동 매장 대신 범어동 매장에 주력하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정수종 셰프가 대봉동 매장을 운영하던 당시 출퇴근 때마다 늘 지나다니는 길이 지금의 범어동 매장 앞 도로였다. 대형 아파트 단지들이 밀집해 있는데다 지하철역과도 가까워 상권이 잘 조성되어 있어 눈길이 갔다. 또 하나 셰프가 눈여겨 본 것은 주변에 호프집을 비롯한 술집이 많았다는 점. “밤 10시가 넘어 회식을 끝내고 빵을 사러 오는 샐러리맨 손님들이 무척 많습니다. 술김에 빵을 먹으러 오느냐고요? 아니죠. 하나는 늦게 들어가서 미안한 마음을 담아 아내와 아이들에게, 또 하나는 술값 낸 사람에게 작은 성의라도 보이기 위해 구입하는 것이죠. 그래서 야심한 밤에 수제쿠키세트가 많이 팔리는 편입니다” 듣고 보니 밖에서 보았을 때 가장 중요한 윈도 자리는 모두 고급스러운 수제쿠키와 잼이 차지하고 있다. 빵집인데 심야 12시까지 운영한다는 사실도 그제야 납득이 간다. 밤에는 이처럼 수제쿠키 판매 비율이 늘지만 그래도 빵집의 기본은 역시 빵. 7~80여종에 달하는 제품들은 ‘디스플레이 역시 제품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라 굳게 믿는 정수종 셰프의 신념에 따라 고급스러운 진열대에 가지런히 늘어서 있다. 이 진열대의 서랍을 열었더니 시식용 빵이 들어있어 무릎을 쳤다. 시식용 빵이 공기 중에 그대로 노출되어 딱딱해진 것을 본 적이 많은 터라 이렇게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쓴 셰프의 센스가 더욱 돋보였다. 정수종 베이커리의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케이크라 하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생크림 케이크가 없다는 것. 그 자리를 대신 채우는 건 반짝이는 각종 무스들이다. 그는 생크림케이크가 케이크의 대명사였던 대구에 무스케이크를 전파한 장본인이라고. 대구의 자영 베이커리 중 이렇게 전문적으로 무스케이크를 다양하게 갖추고 있는 곳도 이곳뿐이다. 무스케이크를 원하는 사람들이 정수종 베이커리를 찾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매장 운영이 늘 쉬웠던 것은 아니다. 최상급 재료만을 고집하는 터라 손님들로부터 뭐가 이렇게 비싸냐 핀잔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가격을 이유로 재료의 질을 떨어뜨리는 일을 용납하지 않았다. 소문난 집의 인기 메뉴는 꼭 먹어보고 여건이 허락하는 한 모든 세미나에 참석하는 노력은 고스란히 신제품으로 나타났다. 시간이 흐르자 점점 제품에 대한 그의 긍정적인 고집이 손님들에게 전해지기 시작했다. 철저한 상권 분석과 고객의 니즈 파악이 오픈 2년 만에 정수종 베이커리를 궤도에 올려놓은 것이다. 세대를 초월하여 이어지는 빵집을 그리다 이렇게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는 아버지의 등을 보고 자란 아들은 현재 대학입시를 앞둔 고3. 그는 이번 2015 대입 수능에서 아버지가 겸임교수로 있는 대구보건대학의 제과제빵과에 지원했다. 집에서는 부자지간으로, 학교에서는 사제지간으로 만날 날이 목전이다. 가업을 이어가는 것이 흔치 않은 요즈음, 정수종 베이커리는 세대를 초월하여 이어지는 빵집을 꿈꾼다. 취재를 준비하며 정수종 셰프의 7년 전 본지 인터뷰 기사를 몇 번이고 탐독했다. 인터뷰의 말미에서 그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좀 더 미래에는 학교 강단에서 후배 기술인들도 가르치고 싶고 언젠가는 저의 매장도 운영해 보고자 합니다” 그는 10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그 두 가지 소망을 모두 현실로 이룬 셈이다. ‘대구’하면 ‘정수종 베이커리’를 떠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다짐 역시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주소 대구시 수성구 범어천로 172 문의 053-756-2020 취재•글 윤정연 사진 이재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