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앙 Mooang 대치동에서 6년째 동네의 일부가 되어가는 작은 빵집 무앙. 그곳에서는 겉보기엔 소박하지만 마음과 정성만은 가득 찬 빵들이 매일 아침 손님들을 만난다. 취재·글 권혜림 사진 이재희 무앙의 시간은 더디게 흐른다 무앙은 교육열이 높은 강남 8학군의 중심지인 대치동에 2013년 6월 문을 열었다. 유수민 셰프는 아파트와 학원가가 몰려있는 이곳에서 햇수로 6년째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유 셰프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주 고객층인 이곳에 가게를 차린 이유가 있다. 셰프 스스로 생각하기에 어린 시절 엄마가 해주시던 양질의 음식을 먹으며 자란 것이 어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 큰 원동력이 됐다고 느꼈기 때문. 건강한 먹을거리를 학생들이 많은 곳에서 선보이고 싶던 꿈을 이룬 셈이다. 무앙이 위치한 상권은 모든 것이 입시를 준비하는 중·고등학생들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렇다보니 개학, 시험기간, 방학 등 각 시기에 맞춰 상권의 분위기가 변화한다. 시험 기간에는 길거리에 인적이 드물고, 하교 시간대에 사람이 붐비는 식이다. 주변에 베이커리 카페, 레스토랑 빵집 등 5~6곳의 빵집이 있지만 무앙은 ‘약과 음식은 그 근원이 같다’는 의미의 약식동원(藥食同源)을 콘셉트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지난 5년간 입지를 다져왔다. ‘군더더기 없다’는 뜻을 담은 ‘무앙’은 유 셰프가 직접 지은 가게 이름이다. 이는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는다는 의미로, 빵에 불필요한 모양을 더하거나 색을 입히는 일, 오래 보관하거나 또는 빨리 만들기 위해 첨가물을 넣는 행위를 일절 배제하겠다는 셰프의 의지를 담았다. 또 빵이 손님을 만나기까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을 온전히 거치는 데 집중한다. 빵에 들어가는 속 재료가 익는 데 필요한 시간, 마땅히 받아야 하는 햇빛, 바람 등을 하나도 거르지 않고 겪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신념이다. 군더더기 없는 맛의 비결 보통 빵집 운영에 있어 여름은 비수기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을 성수기로 구분한다. 그러나 무앙은 계절이나 이벤트성 시즌의 흐름을 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동네 주민들이 일상에서 매일매일 찾는 삶의 양식이자 일부분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동네 주민들과 어우러지는 동네 빵집인 셈이다. 가게 규모가 크지 않기에 매일 굽는 제품은 23가지 정도이며, 수량도 셰프가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양만 정성스레 만든다. 초창기에 셰프는 ‘건강 빵’을 차별점으로 내세워 식사 대용 빵 위주로 선보일 생각이었지만, 빵집을 찾는 동네 주민들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었다. 그래서 고민을 거쳐 백색 밀가루 대신 호밀가루를 활용한 단과자류를 만들기 시작했다. 설탕을 최대한 배제한다는 가게 모토에 알맞게 과일 즙을 졸여 당분을 얻어낸다든지 하는 식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고. 그렇게 탄생한 제품 중 하나가 당근 케이크. 이 제품은 통호밀과 제주산 흙 당근으로 만들어지는데, 까다롭게 고른 당근답게 당분과 수분 함량이 높아 케이크 맛에 그대로 반영된다. 한편, 백설탕이 1g도 첨가되지 않은 무앙의 단팥빵에는 초반 3년간 호두가 들어있었다. 학생들이 용돈을 쪼개 사먹는 빵이라, 끼니도 되고 맛있는 간식이어야 한다는 판단 하에 조금 더 영양을 채워주기 위한 셰프의 배려였다. 그러나 최근 호두를 비롯해 달걀, 우유 등에 알레르기가 있는 학생들이 부쩍 많아져 호두를 제외하고 누구나 먹을 수 있는 빵으로 재탄생시켰다. “보통 스스로 밀가루 알레르기가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 중에는 그동안 첨가물이 들어간 빵을 먹고 속이 불편했던 증상을 밀가루 알레르기라고 착각해온 경우가 많아요. 그런 손님들도 믿고 먹을 수 있는 빵을 만들고 싶어요” 손님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영양을 무앙의 빵을 통해 섭취하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유수민 셰프. 그녀는 앞으로도 제철 재료를 활용해 계절마다 변화하는 빵으로 손님들에게 기쁨을 안겨줄 꿈을 꾼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도곡로93길 12(대치동) 문의 02-557-82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