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색동 마스코트 노블베이커리 34년 제빵 기능장의 작은 빵집 수색동은 수색역과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앞 차도를 사이로 진귀한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다. 재개발이 진행된 역 쪽은 대형마트와 카페, 지은 지 얼마 안 된 큰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반면, 다른 한쪽은 낡은 건물과 주택들이 여전하다. 한 지역에 신도시와 옛 동네의 모습이 공존하는 아이러니한 곳. 노블베이커리는 이곳 수색동 길가 한복판에 지난 2007년 5월 17일 문을 열었다. 2,30년씩 된 지역빵집들에 비하면 짧은 역사지만 이곳은 배이성 셰프의 3번째 가게다. 2번의 매장 오픈 경험과 잔뼈 굵은 34년 경력은 이곳의 진면목을 짐작케 한다. 지금의 딱 절반 크기였던 초기 매장은 말그대로 구멍가게였다. 유일한 타이틀은 ‘기능장 빵집’. 베테랑 기능장의 손맛은 곧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가게가 좁으니까 몇 사람만 와도 ‘저 집은 만날 손님이 많네’ 이런 이미지였지” 셰프는 겸연쩍어했지만, 실제로 누가 봐도 장사가 잘됐다. 빵이 언제 나오나 한참을 줄서서 기다릴 정도였으니. 심지어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습을 보고 버스에서 내려 빵을 사간 손님도 있었다. 이제 수색동을 넘어 은평구에서 노블베이커리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노블’ 하면 근처 초등학교 학생들도 다 알아요. 숨은 맛집이거든” 씨익 웃는 셰프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유일무이 모시잎빵 노블이 이처럼 순식간에 수색동 대표빵집이 된 비결은 무엇일까. 셰프는 주저 없이 “소비자에 맞는 빵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대표적인 예가 식빵이다. 은평구 일대는 대부분이 주택가라 식빵의 수요가 높은 편이다. 셰프는 이를 고려해 단호박식빵, 모시잎쌀식빵, 블루베리통밀식빵 등 다양한 종류를 선보이고 있다. 또 반죽에는 요구르트 사워종을 15%씩 넣어 만드는데, 덕분에 ‘노블 빵은 소화가 잘되는 빵’이라는 명성까지 덤으로 얻었다. 보름마다 주기적으로 제품을 변경하는 것도 이곳의 전략. 제철재료를 활용한 계절 한정 제품을 출시하거나 기존의 레시피를 조금 바꿔 다른 느낌을 주는 식이다. 이 제품들은 매장 앞에 놓인 블랙보드에 ‘노블베이커리 신제품’이라는 제목으로 공지된다. 제법 판매율이 높은 케이크도 빠짐없이 쇼케이스에 채워져 있다. 생크림 전문점을 운영했던 이력을 살려 만든 생크림은 셰프 스스로도 황금비율이라 말할 만큼 맛있다. 오직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모시잎빵은 노블의 자랑. 셰프는 모시송편으로 유명한 전라남도 영광 출신으로, 모시잎빵은 고향에서 먹던 모시송편의 맛을 떠올리며 직접 개발한 제품이다. 특유의 향이 매력적인 모시잎은 영광에서 직접 공수한 것을 사용한다. 주 고객층은 당연 수색동 주민들과 주변 은행이나 약국 사람들. 이중에서도 할머니, 할아버님들은 최고의 단골이다. 8년을 알고 지내다 보니 이제는 자연스럽게 안부를 물을 정도. 셰프는 어르신들을 위해 할인가로 판매하는 전날 빵을 매장 한쪽에 놓아두는 일도 잊지 않는다. 동네빵집의 저력을 보여주다 현재 노블베이커리는 동네빵네 협동조합에 소속되어 있다. 동네빵네는 은평구와 서대문구 빵집 11곳과 연세대학교 동아리 인액터스 학생들이 동네빵집 살리기의 일환으로 만든 사업이다. 이들은 함께 시식행사를 진행하고 동네빵네만의 공동제품을 만드는 등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소속 빵집들끼리 힘을 합쳐 메인공장도 지었다. 이곳에서는 아침마다 각 빵집들에 반죽을 배달하고, 셰프들은 공장에 모여 빵을 연구한다. 셰프는 노블이 조만간 완전히 매출을 회복하면 ‘동네빵네 노블베이커리’로 간판을 바꾸고 리뉴얼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의 목표는 앞으로 동네빵네 협동조합을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다. 동네빵네 협동조합의 성공이 곧 11곳 동네빵집의 성공이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수색역부터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 이르는 역세권의 재개발 가이드라인이 확정되었다고 한다. 앞으로 수색동은 대대적인 변화를 겪을 것이다. 그 변화가 노블에게 긍정적인 스위치가 될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배이성 셰프가 이곳에서 8년 동안 쌓아온 건 단순한 세월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노블의 8년이 셰프의 34년 경력만큼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줄 것이다. 주소 서울 은평구 수색로 256 문의 02-303-9435 취재 ․ 글 박소라 사진 이재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