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돌려 드립니다 엘리스파이 취재•글 윤정연 사진 이재희 동여의도 터줏대감 여의도는 수많은 회사와 주거지가 빽빽하게 들어선 지역이다. 그만큼 매스컴을 오르내리는 맛집도 한두 군데가 아니다. 여의도는 동여의도와 서여의도로 나뉘는데, 동여의도에서 7년간 한 자리를 지키며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는 빵집이 있다. 지난 2007년 문을 연 이래 꾸준히 성장해 온 ‘엘리스파이’다. 엘리스파이의 빵들은 소박하다. 어릴 적 엄마나 할머니 손에 이끌려 들어간 제과점에서 먹어본 추억이 어려 있는 빵들. 지금은 촌스럽다는 이유로 서서히 사라져간 빵들이 이곳에서는 여전히 스테디셀러이자 대표메뉴로 건재하게 자리잡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나비파이다. 파사삭 부서지는 파이 위로 새콤한 듯 달콤한 잼을 바른 나비 모양 파이. 세련되진 않지만 입에 넣는 순간 ‘아, 이거 어릴 때 정말 좋아했는데!’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면서 유년시절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리고 추억은 힘이 세다. 오픈 이래 위기가 없었던 이유 엘리스파이는 지난 2007년, 여의도 홍우빌딩 1층의 매장 한 칸에서 시작됐다. 여기서 말하는 한 칸이란, 15평 정도로, 주방과 홀, 진열대를 모두 들여놓기에는 결코 넓다고 할 수 없는 면적이었다. 하지만 좁은 공간에서도 꾸준히 빵과 파이를 만들어 나갔다. 큰 돈을 벌고자 시작한 사업이 아니었기에, 고심해서 상호명을 짓거나 특별한 로고를 만들지도 않았다. 엘리스파이라는 상호는 엘리스파이를 처음 시작한 이유란 대표가 프랑스 유학시절 사용했던 이름이 ‘엘리’였기 때문이었다. 그랬던 엘리스파이가 지금은 무려 두 칸, 총 30여 평을 오롯이 홀과 진열대로만 사용할 정도로 성장했다. 주방은 같은 빌딩의 2층으로, 재료 창고는 지하 1층으로 옮겼다. 한 자리에서 버텨나가기만 해도 대단하다 소리가 절로 나올 터인데,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일까. “주변의 다른 빵집과는 콘셉트나 타깃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주변에 프랜차이즈 빵집이 생길 때에도 전혀 타격을 받지 않았어요. 저희는 소비자들 스스로가 합리적이라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하게 가격을 책정했으니까요. 또 같은 건물의 지하에도 꽤 유명한 빵집이 있는데, 그곳은 하드계열 빵을 주로 판매하기 때문에 저희랑 메뉴가 겹치지 않았고요”(강홍구 점장) 오픈 초기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함께해온 신동일 실장의 한결 같은 솜씨도 빼놓을 수 없다. 이유란 대표와 머리를 맞대고 개발한 수많은 제품들이 아직도 손님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에그타르트는 지금의 엘리스파이를 있게 한 효자메뉴다. 일반적인 에그타르트에 비해 당도를 대폭 줄이고 식감을 단단하게 완성한 이곳의 에그타르트는 7년이 지난 지금까지 가장 사랑 받는 엘리스파이의 시그니처 메뉴다. 현재 엘리스파이에서는 총 8~90여 종의 빵과 디저트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2012년 오픈한 교대점에는 별도의 주방과 책임자가 있어, 지점별로 한정 메뉴도 마련했다. 음료 메뉴도 수십여 가지에 이른다. 음료 매출은 빵과 비교해서 9:1 정도. 그리 큰 이익을 남기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엘리스파이의 빵이 좋아서 찾는 손님들에게 함께 곁들이면 좋을 만한 음료를 제공하기 위해 전문 바리스타를 고용하고 꾸준히 새로운 메뉴를 개발했다. 이렇게 늘 손님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경영 마인드는 주거 지역과 오피스 지역의 통로라는 축복받은 상권과 만나 시너지 효과를 냈다. 점심식사 후 커피 한잔을 하러 들르는 직장인, 산책길에 들르는 주부, 간식거리를 찾는 홍우빌딩 윗층의 학원생, 그리고 오후 느지막이 티 타임을 즐기는 어르신들까지. 엘리스파이는 언제 찾아도 다양한 연령층과 직업군의 손님들이 자연스레 녹아드는 동네의 사랑방이 됐다. 마지막에 남는 것은 사람과 서비스 빵집을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강홍구 점장은 망설임 없이 ‘사람과 서비스’라고 답한다. 한결같이 이곳을 찾아오는 단골손님들에 대한 고마움, 그 신뢰에 보답하는 길은 질 좋은 서비스라는 것. 이곳을 찾은 손님들이 늘 웃는 모습으로 가게 문을 나설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현재의 엘리스파이가 이뤄가고자 하는 목표다. 빵집이라면 모름지기 빵 맛이 좋아야 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지난 7년의 세월 동안 제품의 맛과 퀄리티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검증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올해부터는 세심한 곳까지 서비스의 질을 업그레이드 하고 앞으로도 꾸준히 사랑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