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곡선을 그리는 빵집의 비밀 베이커리 휴고 취재∙글 윤정연 사진 이재희 3년 새 9배 성장을 이루기까지 작년 이맘때였다. 서울시가 서울신용보증재단과 함께 자영업자의 창업 후 3년간 생존률을 조사했다. 그 조사에 따르면 1년 차에는 81%가, 2년차에는 67%가, 3년차에는 절반에 가까운 54%만이 살아남았다. 서울시 강동구 명일동에 위치한 베이커리 휴고는 올해 3월로 꼭 만 3년을 채우고 4년차에 접어든 동네빵집. 봄이 되면 개나리가 화사하게 꽃길을 이루는 아파트 담벼락 앞에 자리한 작은 자영 베이커리다. 위 조사에 따르자면 그의 성공률은 반반. 그는 다행히 3년이 지나도록 이 치열한 전쟁 속에 살아남아 오늘도 구수한 빵내음을 온 동네에 퍼뜨리고 있다. “처음 가게 문을 열었을 때는 정말 힘들었어요. 하루 매출이 13만원 정도였으니까요. 직선으로 불과 10m 거리에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도 있었고요. 하지만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과 개인 빵집은 충분히 다른 노선으로 승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이명철 오너셰프) 그는 개인 빵집이기에 가능한 서비스를 모색했다. 차별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식빵 하나를 구워도 오전에 한번, 오후에 한번씩 구우며 늦은 시간에 와도 따끈한 빵을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한번에 빵을 굽는 수량을 줄이고 자주 굽기 시작했더니 손님들이 갓 구운 빵 맛을 알아주기 시작했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의 최저 매출과 현재의 최고 매출을 비교하자면 9배 정도 성장한 것 같다고. 그에 비례해 셰프가 주방에 머무는 시간도 점점 늘어났다. 결국 그는 현재 하루 열 여섯 시간을 주방에서 보내며 그의 빵을 믿고 구입하는 사람들과 마주한다. 경기가 나쁘다고는 하지만 오픈 이래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려왔다는 그는 이 시간이 마치 꿈을 꾸듯 행복하다. 명일동 주부들의 마음을 사로잡다 베이커리 휴고 근처에는 오래된 아파트 단지가 있다. 이 아파트 단지를 따라 자연스레 형성된 학원가도 많다. 이명철 오너셰프는 “사실 중고등학생들이 많이 올 것이라 예상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학생들이 보기에는 ‘유기농 밀가루를 쓰고 매일 직접 굽는다’는 개인 빵집의 문구가 프랜차이즈 빵집보다 문턱을 높게 느끼는 것 같더란다. 대신 가족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어하는 명일동 주부들의 마음은 확실하게 잡았다. 그는 베이커리 휴고의 문을 열면서 평일 낮에 가게 주변 아파트 주차장을 유심히 살펴봤다. 그 시간에 주차되어 있는 차들은 거의 주부들의 소유인데, 이를 보면서 생활수준이 높겠구나 짐작했다고. 이명철 셰프는 “가게를 열 때 상권은 정말 중요하다”며 “가계부의 필수품목 외에 지출할 비용에 여유가 있는지의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라고 귀띔한다. 베이커리 휴고에서는 약 50여 종류의 빵을 만나볼 수 있다. 블루베리 식빵의 경우 물 대신 우유만 넣은 반죽을 사용하고, 식빵에 넣는 블루베리 잼 원가만 해도 1300원이 넘는다. 스콘을 만들 때에는 초콜릿칩과 크랜베리를 한 움큼씩 넣는 등 마진이 거의 없는 빵도 있다. 하지만 그는 제품의 개별 원가와 마진을 계산하지 않는단다. 대신 매장 전체 제품을 통해 밸런스를 조절하며 제품별로 가장 합리적인 가격을 매길 수 있도록 노력한다. 이제는 빵을 밥처럼 자주 소비하는 손님들도 많은 요즈음, 부재료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쉽사리 가격을 올릴 수는 없다는 것이 이유다. 그래서일까. 이곳의 빵들은 어느 것 하나 소외되는 일 없이 손님들의 사랑을 골고루 받고 있다. 빵을 둘러싼 모험이 계속되는 빵집 9평이 채 되지 않는 작은 동네빵집 오너셰프인 그의 꿈은 무엇일까. 그는 기회가 된다면 매장을 조금 더 확장해서 조금 더 다양한 제품을 손님들에게 맛보여 주고 싶단다. 하지만 정든 명일동을 떠나고 싶지는 않다. 벌써 그의 회원카드에 등록된 손님만 3천 여명. 하루 평균 100여 명이 그의 빵을 구입하러 오고, 그 중 90%는 단골손님이다. 빵을 만들기 시작한 지 20년 남짓. 그는 아직도 ‘잘한다 잘한다’ 하면 더 열심히 하는 소년처럼, ‘여기 빵이 제일 맛있다’는 손님의 한 마디에 호랑이 힘을 불끈 낸다. 베이커리 휴고(Bakery Hugo)라는 이름을 짓게 된 이유를 묻자 그는 “어릴 적 좋아했던 ‘장발장’의 작가인 빅토르 위고(Victor Hugo)의 이름에서 따왔다”며 싱긋 웃었다. 장발장이 빵을 훔치며 시작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처럼, 이곳에서도 빵을 매개로 동네 주민들이 소소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눈다. 빵을 둘러싼 즐거운 모험이 이곳 명일동 베이커리 휴고에서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그래서 빅토르 위고의 작품처럼 오래도록 손님들에게 사랑 받기를 바래본다. 주소 서울시 강동구 구천면로 504(명일동) 전화 070-8238-79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