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 Routine 단단한 내공과 경험으로 시작부터 입소문이 난 암사동 베이커리 ‘루틴’. 손님들의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모든 제품이 일찍 품절되는 이곳을 찾아가 보았다. 취재•글 한사랑 사진 이재희 파란 대문의 암사동 빵집 암사시장 인근, 간판 없이 파란색으로 칠해진 심플한 외관의 ‘루틴’은 제과기능장인 윤태경 셰프가 운영하는 베이커리다. 김영모 제과점, 홍종흔 베이커리, 제이브라운 등 다양한 곳에서 현장 경험을 쌓은 윤 셰프는 3년 전 늦은 나이에 자신만의 빵집을 열었다. 처음 이곳에 빵집을 오픈한다고 했을 때 골목 상권인 것과 더불어 시장 바로 앞에 위치해 선후배들의 걱정이 많았다고. 하지만 셰프는 맛있고 저렴하고 친절한 3박자가 갖춰진다면 손님은 무조건 오게 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자신이 내세울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승산이 있다고 믿었다. 이런 셰프의 생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오히려 시장에 드나드는 유동인구가 많아 다양한 손님들이 오고 가다 루틴의 빵을 맛보게 된다고. 셰프는 오픈 초기에 한 가지 전략을 세웠는데, 빵이 조금 남아있어도 오후 7~8시쯤 되면 빵집 문을 닫고 ‘솔드 아웃(Sold Out)’ 팻말을 붙였다. 또한 장사가 잘되든 안 되든 일요일이면 항상 문을 닫았다. 이렇게 운영하다 보니 오히려 손님들이 아쉬워하고 루틴의 빵을 사기 위해 조금 더 일찍 방문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현재는 2명에서 6명으로 늘어난 직원들이 매일같이 더 많은 빵을 생산하고 있지만 전보다 빠르게 품절되는 경험하고 있다고. 윤 셰프 역시 쉬는 날 하루를 제외하고 매일같이 주방에서 빵을 만들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간판의 경우 오픈 초기 돈이 없어서 달지 못했는데 이제는 ‘간판 없는 빵집’으로 유명해져 일부러 달지 않고 있단다. 이렇듯 여러 가지 행운도 따라주었지만, 정확히 상권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짠 덕분에 루틴은 이제까지 큰 위기 없이 순항하고 있다. 손님이 원하는 빵을 만들자 루틴의 제품은 저렴한 가격에 비해 주재료가 풍성하게 들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싫어하는 사람도 좋아하게 만드는 빵이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이 더 좋아하게 만들자는 셰프의 마인드를 제품에 녹여냈다. “생크림을 싫어하는 사람은 생크림 빵을 안 사요. 그래서 저는 생크림을 좋아하는 사람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주재료인 생크림을 풍성하게 넣지요. 싫어하는 손님까지 타깃으로 잡으면 제품이 애매해져요” 또한 동네빵집 특성상 단골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하나라도 더 서비스를 챙겨주고 손님들의 요구에 친절하게 응한다. 여기에 감동한 손님들이 시장에 들러 과일이나 김 등의 선물을 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이렇게 암사동 주민들과 정을 나누며 관계를 돈독히 다져가는 것도 하나의 재미란다. 루틴에서는 구리볼, 만주, 단팥빵 등 추억의 빵부터 르방을 넣은 사워 도 빵, 생크림 롤케이크, 구움과자 등 100가지가 넘는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 사실 오픈 초기엔 20개 정도의 소품목만을 판매했으며 대부분 유럽 빵과 디저트였다고. 하지만 장사를 하면서 자신이 팔고 싶은 빵을 파는 것보다 손님이 원하는 빵을 파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내가 아무리 잘하는 걸 선보여도 손님이 원하는 빵을 내놓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셰프는 가장 기본이 되는 빵에 충실하기로 결심했다. 식빵, 바게트처럼 어디에서나 팔지만 루틴만의 비법을 담아 더욱 맛있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우유식빵’의 경우 하루에 40개 이상이 판매된다고. 또한 꾸준히 신제품을 선보여 손님들이 좋아할 만한 메뉴를 찾아가는 중이다. 계속해서 많은 손님들이 찾아오고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지점을 늘리거나 가게를 확장할 생각이 없다고 말하는 윤 셰프. 일상이라는 뜻을 가진 상호명처럼 암사동 주민들이 이곳에서 빵을 사 먹는 일이 일상으로 자리 잡으면 그걸로 충분하단다. 암사동 주민들이 사랑하는 빵집으로 오래 기억됐으면 한다는 셰프의 바람은 이미 이루어진 듯하다. 주소 서울시 강동구 고덕로10길 35(암사동) 문의 070-8153-32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