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4 Kim Myeong Kyeom 타고난 제빵사 브레드 팩토리 망캄 김명겸 오너셰프 김명겸 셰프가 빵집 이름을 ‘망캄’으로 짓는다고 했을 때, 열에 아홉은 웃으면서 만류했다. 그가 크림빵, 팥빵, 카스텔라 없이 천연발효종 빵만을 내보였을 때, 모두 고개를 저으며 외면했다. 8년이 지난 지금, 브레드 팩토리 망캄은 분당 지역을 대표하는 동네빵집인 동시에 주민들의 자부심이 됐다. 그는 이에 대해 천운이 따른 것뿐이라고 가볍게 말한다. 그러나 빵을 대하는 그의 진실함을 알게 되면 그저 운이라는 단어로 그의 삶을 치부할 수 없을 것이다 취재 · 글 박소라 사진 이재희 좋아하는 일도 직업이 될 수 있다 김명겸 셰프는 제빵사가 천직이라고 했다. 빵을 만드는 것도, 어떤 빵을 만들까 고민하는 것도 재밌단다. 심지어 빵집을 운영하는 것조차 놀이처럼 즐겁기만 하다. 그에게는 예나 지금이나 제빵사만큼 좋은 직업이 없다. 돈벌이가 평생의 걱정거리가 된 요즘 세상에 이렇게 찰떡같이 잘 맞는 직업을 선택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그는 장래희망 기입란에 제빵사를 적은 보기 드문 고등학생이었다. 90년대 중후반 즈음 호텔 요리사들이 매스컴에 노출되면서 요리사란 직업이 각광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는 이상하게 요리보다 제빵에 이끌렸다. 그후 스무 살이 되어 대학에서 아쉽게 건축설비를 전공하게 됐을 때도 제빵사의 끈을 놓지 못했다고 한다. 제과제빵학원을 등록해 공부하다가 결국 휴학을 하고, 당시 거주하던 안산 마트에 위치한 작은 제과점에 취직하기에 이르렀다. 스물한 살이 되기 4일 전인 12월 27일. 자신의 인생이 끝내 궤도를 벗어난 날을 그는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안산의 빵집에서 3년 동안 일했을 무렵 그는 서울의 빵집에서 일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도심의 큰 빵집에서라면 지금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신내동에 위치한 대형 제과점, 마인츠돔. 그에게 큰 세상을 열어준 두 번째 직장이다. 서울의 빵집은 규모부터 시골 빵집과 달랐다. 주방에서 일하는 직원만 15명, 그들이 파트별로 나뉘어져 일을 체계적으로 분담하고 있었다. 어디 그 뿐인가. 재료도, 반죽도 그동안 본 적 없는 생소한 것투성이였다. “지방 빵집에서는 케이크 시트 반죽 하나로 롤케이크도 만들고, 카스텔라도 만들어요. 그래야 작업 효율성이 높으니까요. 빵도 마찬가지예요. 반죽 하나로 여러 가지를 만들어요. 그런데 마인츠돔에서는 품목마다 반죽이 다르더라고요. 그런 것들에서 느끼는 이질감이 컸죠” 마인츠돔에서의 모든 경험은 그에게 새로웠다. 갑자기 바뀐 근무 환경 탓에 처음에는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단다. 하지만 다행히도 체계적인 작업 시스템이 그의 성향에 잘 맞았다. 그는 3년 반 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배우고 바쁘게 일했다. ‘S500 세대’의 반란 마인츠돔에서 함께 일했던 선배와의 인연으로 근무하게 된 세 번째 직장. 그를 한 뼘 훌쩍 성장케 만든 ‘브랑제리 가또’다. 주재용 셰프가 운영하던 브랑제리 가또는 서울에서 인지도가 높은 빵집 중 하나였다. 그곳의 초대 공장장이 현재 안데르센제과점의 백진우 오너셰프다. 김명겸 셰프는 25세 때 부책임자로 브랑제리 가또에 입사해 2년 후 책임자를 맡았다. 그가 브랑제리 가또에서 몸담은 세월만 6년이다. 그 긴 기간, ‘어떻게 하면 빵을 잘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가장 원초적이면서 어려운 고민이 그를 송두리째 흔들었다. “한 선배가 저한테 이런 말을 했어요. 우리 세대는 ‘S500(개량제의 일종) 세대’다. 개량제를 쓰면 빵 만드는 시간이 훨씬 단축돼요. 당시 대부분의 빵 레시피에는 개량제가 적혀 있었어요. 어느새 밀가루, 설탕, 소금처럼 빵 재료로 굳어버린 거예요. 충격이었어요” 이 사실을 깨달은 순간, 그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개량제를 빼면 빵을 만들 수 있을까?’. 물론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지금껏 그에게 개량제가 없는 빵 레시피를 알려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개량제 대신 천연발효종에 눈을 돌렸다. 주재용 셰프의 지원을 받아, 자신과 같은 시기에 브랑제리 가또에 입사한 후배 임성철 셰프(현 베이커리 차차 오너셰프)와 천연발효종 빵에 대해 연구했다. 그후 얼마 지나지 않아 국내에도 홍대, 가로수길을 중심으로 천연발효종 빵 붐이 일었다. 그는 여러 천연발효종 빵집에서 빵을 구입해 직접 맛보면서 제품을 테스트했다. 서른하나, 그가 젊은 나이에 브레드 팩토리 망캄을 오픈한 계기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내가 원하는 빵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 그는 그런 빵집을 열고 싶었다. 분당에서 손꼽히는 천연발효종 빵집 2011년 5월, 분당 서현동에서 브레드 팩토리 망캄이 시작됐다. 김명겸 셰프는 13평 규모의 작은 빵집 자리를 인수해 자신의 별명으로 상호를 지었다. 그리고 임성철 셰프를 비롯한 브랑제리 가또의 후배 4명과 함께 망캄을 꾸렸다. 그는 오픈과 동시에 천연발효종 빵 레시피를 새롭게 짰다. 개량제는 구입 재료 품목에서 배제하고, 천연발효종과 유기농 밀가루를 사용해 빵을 만들었다. 게다가 철저한 주거 지역에 자리해 있음에도 토탈 베이커리 형태를 취하지 않았다. 머핀, 파운드케이크, 카스텔라 같은 동네빵집 단골품목들은 물론, 흔한 팥빵과 소보로 빵도 내지 않았다. 이로 인해 초창기에는 하루 종일 문을 열어놔도 겨우 50~60명의 손님만이 매장을 방문했다고 한다. 전세가 역전된 것은 1년이 지난 후였다. 맛집 블로그와 웰빙이 유행하기 시작한 때였는데, 망캄이 분당의 몇 없는 건강빵집으로 순식간에 유명세를 탄 것이다. 3년이 지났을 무렵에는 70~80만원이던 매출이 4배로 뛰었다. 그는 본점의 유명세에 힘을 얻어 500m 떨어진 지점에 2호점을 오픈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백화점에도 매장을 입점시키기에 이르렀다. 2015년 화제 속에 개점한 현대백화점 판교점. 망캄은 이곳 지하 1층 식품관에 독특하게도 케이크 전문 매장의 형대로 자리하고 있다. “난다 긴다 하는 매장들이 다 백화점에 입점해 있었는데 우리 가게 이름만 ‘망캄’이야. 딱 봐도 동네빵집이잖아요. 여기에서 케이크를 판매하라니 처음에는 막막했죠” 하지만 그는 곧 발상을 전환해 망캄이 백화점에서 성공할 수 있는 2%의 가능성을 노렸다. “백화점 디저트 매장들 중에서 생과일 케이크를 파는 곳은 극히 드물어요. 백화점에는 생산 공간이 없으니 제품을 전날 만들어두었다가 다음날 아침에 배송해야 하는데, 생과일 케이크는 그 시스템에 적합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망캄은 판교와 가깝잖아요. 베이스만 미리 만들고 아침에 데커레이션해서 배송해도 늦지 않은 거예요. 아주 신선한 과일을 장식한 케이크를 백화점에서 판매했어요”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망캄이 백화점에 입점한 후, 덩달아 본점과 2호점의 케이크 매출이 뛰었다. 우려했던 백화점 입점이 도리어 그 어떤 광고보다 큰 홍보 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게다가 망캄은 동네빵집의 이미지를 깨부수듯 무화과, 청포도, 블루베리 등 그 당시에는 흔하지 않던 고급 과일들로 케이크를 만들었다. 또한 케이크를 절대 하루 이상 판매하지 않고 신선함을 유지했다. 이러한 덕분일까,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망캄은 매년 케이크 매출 1위를 달성했으며 초창기 매장들이 철수한 지금도 현대백화점 식품관을 묵묵히 지키고 있다. 삶에서 놓을 수 없는 것 2017년, 김명겸 셰프는 생산 공장과 베이커리, 카페가 한 자리에 있는 큰 규모의 3호점을 율동공원 인근에 오픈했다. 매장마다 각각 따로 갖춰져 있던 생산 공장을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서였다. 3호점은 같은 서현동에 위치해 있음에도 상권이 조금 다르다. 차량으로 이동을 해야 하고 주변에 공원과 호수가 있어서인지 외부인들의 방문이 더욱 잦다. 판매되는 제품 또한 차이가 있다. 식빵 등의 빵류보다 매장에서 음료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카페 디저트의 수요가 높다. 3호점을 오픈하고 반년 정도 지났을 무렵 그는 2호점을 정리했다. 현재는 본점과 백화점 매장 그리고 가장 규모가 큰 3호점을 운영 중이다. ‘망캄’의 이름을 단 세 곳의 매장은 어느 것 하나 모자라지 않고 넘치지도 않게 상호보완적인 조화를 이루며 승승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덕분에 분당에서 망캄은 이미 지역 대표 빵집으로 자리 잡았다. 김명겸 셰프와 인연이 깊은 백진우, 임성철 셰프 역시 분당에서 빵집을 운영하고 있다.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세 사람은 선후배를 넘어 서로에게 든든한 지원군이자 동지가 됐다. 작년에는 단장을 맡은 백진우 셰프를 필두로 독일에서 열린 독일 IBA CUP에도 한국 대표 팀으로 참가했다. IBA CUP은 12개 나라가 참여하는 세계적인 제빵 대회로 빵 공예, 빵, 데니시 페이스트리, 파티 빵 부문에서 경쟁을 펼친다. 올해의 주제는 우주(universe). 빵 공예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김명겸 셰프가 담당했다. 이 대회에서 한국은 종합 4위를 했다. 첫 경기 후 반응이 좋았던 만큼 결과가 아쉽긴 하지만 대신 베스트 데니시 페이스트리 상을 거머쥐었다. 그는 “팀워크는 저희가 최고였어요”라며 웃어보였다. 천성적으로 긍정적인 성격이 그를 지금까지 이끌었는지도 모른다. 빵이 그에게 어떤 의미인지 물었을 때, 그는 매우 쑥스러워했다. 그리고 몇 초간의 정적이 흘렀다. 고민을 길게 하지 않는 성격이라던 그에게 마지막 질문이 꽤나 어려웠던 모양이다. 끝내 그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빵은 제 삶이죠”였다. 이 한 문장에 어떤 미사여구가 필요할까. 그는 그 삶을 아주 충실히 살고 있고 끝은 멀리 있으니 그거면 충분한 것이다. 브레드 팩토리 망캄 3호점 주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새마을로 107(서현동) 문의 031-702-9786 약력 2003년 신내동 마인츠돔 근무 2005년 대치동 블랑제리 가또 근무 2011년~現 브레드 팩토리 망캄 오너셰프 2013년~現 대한제과협회 기술지도위원 제과기능장협회 기술지도 부위원장 2018년 독일 IBA CUP 베스트 데니시 페이스트리 상 수상